[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영상위원회, 너무 나갔다

[진선희기자의 문화현장]제주영상위원회, 너무 나갔다
  • 입력 : 2010. 04.13(화)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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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창작 지원하는 영상위
예술영화관 임대 계약하며
도정 비판 상영 금지 조항

2003년 12월 창립한 제주영상위원회. '관광시설과 자연환경 등 천혜의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21세기 뉴밀레니엄 시대에 세계적인 영상문화도시로 거듭나기'위한 역할을 다하겠다며 꾸려진 사단법인체다. 제주도지사가 당연직 위원장으로 있다.

이들은 '영상물 촬영을 위한 원스톱 지원 체계 구축'을 중점 목표로 세웠다. 영화나 드라마 영상관련 단체 등과 협조체계 구축, 로케이션 데이터베이스 구축, 영상위원회 네트워크 참여를 통한 공동사업 추진, 영상과 관광이 연계될 수 있는 사업개발 등을 맡겠다고 했다.

하지만 근래의 영상위원회는 '정체성'을 잃은 느낌이다. 2006년 7월 문을 연 제주영상미디어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일과 무관하지 않다. '제주영상위원회=제주영상미디어센터'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두 기구의 구분이 흐릿하다.

영상미디어센터는 청소년과 성인, 장애인과 비장애인 등 누구나 참여하는 다양한 미디어 영상제작교육을 실시하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일상에서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인 셈이다.

현재 영상위원회는 영상교육팀과 영상지원팀을 두고 영상위원회와 미디어센터의 기능을 녹여내고 있다. 영상위원회의 말처럼 넉넉치 않은 예산과 인력을 가동해 두 기구를 꾸려가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영상위원회 인력은 운영위원장과 사무국장을 제외하면 6명이다. 이들중 절반이 영상교육팀에 소속돼 영상미디어 시대의 범시민적 영상물 제작 교육기반 확립,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통한 지역영상문화 산업의 저변 확대 등 영상미디어센터가 내세운 사업을 끌어가야 한다. 자칫 영상위원회, 영상미디어센터 모두 그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처지다.

이런 현실에서 영상위원회는 제주도가 추진하는 구도심 재생 프로젝트에도 발을 디뎠다. 휴관중인 제주시 코리아극장 3개관을 예술영화전용관 등으로 활용하는 사업을 위탁받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주영상위원회가 영화관까지 운영하나"란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영상위원회를 둘러싼 아쉬움과 불만이 이어지는 중에 영상단체와의 예술영화전용관 임대 계약 조항이 불거졌다. 당초 계약서에 명시됐던 '제주도가 지향하는 정책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운영 원칙을 담은 문구를 만든 곳이 영상위원회라고 했다.

이에대해 영상위원회측은 "예술영화전용관 프로그램을 간섭하겠다는 게 아니라 구도심 재생을 목적으로 내건 제주도의 사업임을 감안해 그런 조항을 넣었다"고 해명하지만 군색하게 느껴진다. 영상위원회는 갖가지 기법·내용·제작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영상물 촬영을 지원하는 기구가 아닌가. 뒤늦게 관련 조항의 내용을 완화했다고 하나 '오십보백보'다. 다양한 시각을 지닌 영상 창작과 관객들의 향유 기회를 장려해야 할 영상위원회가 먼저 나서서 그걸 막으려 한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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