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동아시아의 베로나 제주' 가능할까

[편집국 25시]'동아시아의 베로나 제주' 가능할까
  • 입력 : 2010. 06.01(화) 00:00
  • 이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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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보면 남쪽 끝이지만 동아시아를 기준으로 보면 그 중심에 있습니다. 그래서 제주가 '동아시아의 베로나'로 우뚝 설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얼마전 기자간담회를 갖고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제작비 40억을 들인 대형 야외오페라 '투란도트'공연 계획을 밝힌 기획사 예술총감독의 말이다. 오는 7월29일부터 8월3일까지 회당 2만여석, 총 10만여석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도시 '베로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지역이다. 또 2000년의 세월을 간직한 원형경기장이라는 역사적 유산을 오페라 마케팅으로 확대시켜 성공한 사례이다.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한 테너 오페라 가수와 극장기획자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들은 1913년 베르디 탄생을 기념하는 오페라 축제를 열었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가 원형 경기장 아레나에서 고대 극장 환경을 그대로 활용한 야외 오페라 축제였다.

매년 6월 하순부터 8월까지 열리는 관광과 축제를 결합한 '베로나 오페라 축제'는 연평균 50만명이 관람함으로써 베로나를 상징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고 있다. 오페라를 감상하고 난 관객들은 광장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그날의 오페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도시에서 숙박을 하며 베로나에 부를 더해 주는 것이다. 기획사 측은 '베로나'처럼 세계적인 대형 오페라 공연을 제주에 해마다 유치해 여름 야외 오페라의 메카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변의 시각은 엇갈렸다. '문화예술을 통해 제주의 브랜드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접근성·도민인식·월드컵경기장의 본연의 역할 등을 고려하면 성공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제주의 지정학적 위치보다 문화적 정서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성공여부에 의문을 갖는 이들을 향해 예술총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대형공연이 가장 성공하기 힘든 지역이 제주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제주를 찾는 이들은 여름밤에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겁니다." 그의 말처럼 해마다 별이 반짝이는 여름밤, 오페라 아리아가 흐르는 경기장을 만나게 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현숙 문화체육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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