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 살암수과]'장' 만드는 소녀 김성옥씨

[어떵 살암수과]'장' 만드는 소녀 김성옥씨
제주 전통 장맛에 푹 빠지다
교단 퇴직 후 전 재산 털어 제주장류 특화 혼신
  • 입력 : 2010. 08.12(목) 00:00
  • 김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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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후에 나는 무얼 할까?"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늘 퇴직 후의 불안한 미래다. 체계적인 준비도 없으면서 '어떻게든 잘 되겠지' 하는 것이 대부분 직장인들의 마음이다.

평생을 교단에서 가르치다가 명예퇴직 후 전 재산을 털어 제주의 전통적인 장류(된장·고추장·간장 등)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분주한 김성옥(60·여)씨를 보면 직장인들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보탬이 될 듯 하다. 김씨는 2005년 다니던 학교를 명예퇴직하고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소재 고내봉에 '고내촌'이라는 제주 전통 장류 생산업체를 설립했다.

김씨가 제주의 장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가정과목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 외국의 먹거리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일본과 중국 등 외국으로 현장체험 학습을 나설 때마다 그 나라의 장류가 특화된 상품으로 팔리는 모습을 보면서 제주의 먹거리도 세계화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김씨는 그때부터 전통 장류와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나름대로 식견을 쌓으면서 체계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김씨는 고내봉에 그의 작업장을 마련했다. 고내봉에 작업장을 마련하게 된 이유에 대해 김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상가리는 제주의 전통 장류를 만들기 위한 최적지입니다. 이 지역에는 질 좋은 콩이 많이 생산되고, 된장 발효에 중요한 일조량이 풍부해 맛있는 된장을 생산할 수 있거든요."

현재 고내촌에서는 고내봉에 자생하는 소나무의 솔잎과 비금도의 천일염, 황토로 빚은 항아리에 제주산 콩을 원료로 한 메주를 넣어 소나무밭에서 숙성시킨 송화된장이 생산되고 있다.

송화된장은 최소 4계절은 지나야 맛을 볼 수 있다. 제품으로 내놓는 것은 모두 1년 이상 발효된 것으로만 출시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슬로푸드(slow food)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콩 수확이 끝나고 겨울에 하루에 가마솥에서 7~8시간씩 두 번 삶는다"며 "이렇게 오래 삶아야 콩에 찰기가 있고 맛있는 장을 만들 수 있고 가능한 한 햇빛을 많이 쬐어줘야 발효가 잘돼 깊은 맛을 내는 장을 얻을 수 있다"고 나름의 비법을 얘기했다. 이처럼 김씨가 생산하는 제주 전통 장이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도민과 관광객 심지어는 외국인까지 찾아와 장을 구입하고 메주, 된장, 고추장 만들기 체험을 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제 교단에서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사는 김씨는 고내촌을 중심으로 상가리를 제주 전통 장류의 중심지로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이용,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관광객들의 제주 전통 장류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1차, 2차, 3차산업이 합쳐진 제주형 6차산업을 실현해 나가려는 꿈을 차근차근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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