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동아리](16)제주외국어고 '뮤즈'

[2010 동아리](16)제주외국어고 '뮤즈'
음악에 몸 맡기면 하루가 행복
  • 입력 : 2010. 10.16(토)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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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창립된 제주외국어고등학교의 관현악 앙상블 '뮤즈'는 학교 안팎을 누비며 만만찮은 실력을 다져왔다. 음악실에 모인 단원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2004년 창립한 관현악 앙상블
지난 7월엔 소극장 단독 공연
아이들 스스로 연습 무대 준비

지난 여름, 아이들은 잊지못할 경험을 했다. 소극장 무대에 올라 1시간여동안 연주회를 펼쳤다. 그동안 학교 안팎에서 크고 작은 공연을 벌인 적이 있지만 대중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드물었다. 아이들은 벅찬 마음으로 그날 연주회를 마쳤다.

지난 7월 미예랑소극장에서 열린 제주외국어고등학교 동아리 '뮤즈'공연을 말한다. 단원들은 이날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흐르던 '인생의 회전 목마', 이루마의 '키스 더 레인',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왈츠' 등 귀에 익은 곡들을 차례로 실어날랐다. 동아리 대표인 강혜윤 학생(2학년·플루트)은 "평소보다 엄청나게 연습하며 준비했던 공연"이라고 했다. 지난해는 신종플루로 외부 활동이 어려웠던 터라 더욱 뜻깊은 무대였다.

제주시 애월읍 고성리에 들어선 제주외국어고가 문을 열던 해인 2004년에 꾸려진 '뮤즈'는 1~2학년생 15명이 참여하고 있는 관현악앙상블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으로 구성됐는데 초등학교 시절부터 악기를 다뤄온 단원들이 많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다시 고등학교로 진학할수록 입시과목과 동떨어진 체험 기회를 갖기 어려운게 우리네 현실이다. '뮤즈'는 다르다. 입시를 눈앞에 둔 시절이지만 음악과 공부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않는다. '뮤즈' 활동이 이른바 수시모집 등에 쓰이는 '스펙'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은 그것에 개의치않고 매주 두차례 정해진 연습에 꼬박꼬박 참가한다. 물론 3학년이 되면 '뮤즈' 활동을 접는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여서 갑갑증이 생길 때가 있지만 음악을 통해 그런 감정이 순화되는 걸 느낀다. 후배들과 친해지는 기회도 된다."

클라리넷을 부는 2학년 박희찬 학생의 말이다. 큰 무대를 앞두고 음악인의 지도를 받기도 하지만 대개는 스스로 연습에 나선다. 지휘자가 따로 필요없는 무대여서 단원들끼리 호흡을 맞추며 연습을 이어가는 게 '뮤즈'의 특징이다. 신입 단원 선발 역시 학생들이 도맡는다. 일부 악기는 경쟁률이 제법 세다.

이들은 올해 미예랑소극장 공연만이 아니라 스승의 날 작은 음악회, 제주평생학습축제 개막식 연주, 찾아가는 청소년 문화존 연주를 벌였다. 연말에는 학교 동아리 발표제에 참가할 예정이고, 내년초 학교 졸업식에서도 기념 연주를 펼쳐놓는다.

단원들은 요즘 학교에서 구입해준 악보로 '리베르 탱고', '엔터테이너'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익히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예정된 학교 축제에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뮤즈' 단원들을 만나던 날, 음악실을 찾은 아이들의 얼굴은 생글생글했다. 지도를 맡고 있는 김찬영 교사는 "다른 동아리에 비해 아이들의 자부심이 커보인다"면서 "연주 하느라 공부 시간을 뺏긴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뮤즈'출신 졸업생중에 음대로 진학한 사례는 거의 없다. '뮤즈'는 아이들에게 기분좋은 추억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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