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등재, 세계지질공원인증, 올레길 걷기 열풍 등 제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에서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러면서 제주관광 사상 첫 700만명 관광객 시대를 맞았고 처음으로 뱃길 이용객이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도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범국민추진위원회까지 만들고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을 동원,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 이면에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하나같이 관광객에게 '제주를 팔자'라는 말을 한다. 이처럼 제주에서 생산되는 청정한 농·수·축산물을 활용해 만든 음식이나 상품 등의 판매를 떠나 이제는 독특한 제주의 문화를 관광상품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동료들과 함께 제주시내의 한 횟집을 찾아 메뉴판에 적힌 모둠 회를 시켰다. 모둠 회가 나오기전 갖가지 요리들이 나왔는데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요즘 제철을 맞아 맛있다고 소문이 난 방어 정도였다. 대부분이 타지방에서 생산·양식되는 농·수산물이었고 심지어는 수입된 수산물도 있다는 말을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관광객 수가 늘어나면서 제주에서만 맛 볼 수가 있다고 소문난 음식의 재료 상당수가 타지방에서 재배·양식되거나 수입품이 차지하면서 도민은 물론 관광객들까지 '제주산'이냐며 가는 식당마다 묻곤 한다.
제주 사투리, 무속신앙 등 독특한 제주 섬 문화를 관광상품화하자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지만 영등굿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지 1년이 지나도록 활용방안 등이 나오고 있지 않다. 제주 사투리도 관광객들은 가이드나 기사 등이 가르쳐 주는 간단한 인사말 정도는 배울 수 있지만 개별·가족단위 여행객은 배울 기회조차 없다.
이런 관광객들을 위해 제주어로 된 관광안내 홍보 지도나 팸플릿을 만드는 건 어떨까.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여객터미널의 관광안내소 직원들이 사투리로 안내를 하면 관광객들에게 제주에 와 있다는 첫 느낌을 선물하지 않을까. 제주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을 음식재료로 이용하는 음식점을 육성하는건 어떨까.
아주 간단한 것에서부터 제주를 팔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명선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