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글로컬제주기업](1)(주)청룡수산

[작지만 강한 글로컬제주기업](1)(주)청룡수산
[중기중앙회제주본부·한라일보 공동 기획]
30년'제주바당'고집하는 '생선장인'
  • 입력 : 2011. 02.01(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HACCP인증을 통해 위생을 인정받은 (주)청룡수산 가공시설 내부. /사진=강희만기자

어머니 손맛 어린 옥돔구이의 기억이 사업 출발 계기
수산물 가공 이어 부산물활용 향장품·음료 시장 도전

○… 한라일보가 중소기업중앙회제주지역본부와 함께 '제주의 가치'를 소재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향해 뛰는 '작지만 강한'제주기업현장을 찾아간다. 제주다움을 지향하면서 제주인에 의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나아가는 기업현장을 통해 새로운 제주의 가능성을 점쳐보고 내일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를 상호 고민하고자 한다. 매월 한차례 연재되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제주 기업과 기업인들이 올해에는 무한한 경쟁력과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열어가길 기대한다. <편집자주>…○

 1980년 설립된 (주)청룡수산(대표이사 문영섭)은 수산물 가공·전문 유통으로 제주지역의 청정수산물을 전국에 공급하는 등 31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청룡수산의 더 나은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설날을 며칠 앞둔 지난 26일 문영섭 대표이사(59)는 들어오는 물량주문에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에 그야말로 눈코뜰새 없이 바쁜 상황이었다. 인터뷰 중에도 무전기를 들고 계속 상황을 점검해야 했다.

▲청룡수산 문영섭 대표

 "방송마다 준비한 상품이 매진되면서 지난 1월 홈쇼핑을 통해 낸 실적만 7~8억을 넘었어요. 평소 명절 매출 예상액은 이미 넘어섰어요." 그야말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만큼 청룡수산의 수산물세트는 전국에서 품질을 보증받고 있는 셈이다. '서귀포하루방'이라는 브랜드는 손자손녀에게 귀하고 좋은 음식만을 주고싶은 할아버지의 마음을 담기 위한 기업철학을 담고 있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은 절대 아니다. 값싼 수입산이 '제주산'으로 둔갑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절에도 청룡수산 만큼은 믿어도 된다는 소비자 인식이 생긴데는 오랜 세월 문 대표가 고집을 지켜왔기 때문이었다.

 "1996년 UR타결로 수입산에 대한 유혹이 많았죠. 이후 '가짜 제주산'이 판치면서 두 번이나 검찰조사를 받았어요. 2002년 당시 20개업체가 조사받고 16곳이 구속됐을 때 꿋꿋이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고집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인증을 받았다. 까다롭다는 미국시장, 유럽시장을 열게 됐다. 국내 매출 신장을 말할 것도 없고 올해에는 수출 1백만불 달성도 기대하고 있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EU지역 생산가공공장으로 등록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문 대표의 새로운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수산물 가공분야 뿐 아니라 환경오염도 막고 수산물 부산물을 자원화할 수 있는 향장품·음료 개발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옥돔 비늘을 모아서 건조, 가수분해를 거쳐 젤라틴과 콜라겐을 추출,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또 화학조미료 없이 수산부산물 엑기스에 양파 등 천연재료를 활용한 조림소스도 개발해 특허신청을 했다. 올해 4월 독성검사를 통과하면 콜라겐 음료 상용화 길도 열게 된다.

 제주수산물가공수출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문 대표는 제주참조기로 4000억시장인 굴비시장에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제주에서 잡아올린 참조기를 신선한 상태에서 굴비로 가공할 경우 모든 면에서 뛰어나 연간 100억매출을 올릴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금은 누구든 인정하는 '청룡수산'이지만 시작은 소박했다. 8년간 농업 기술 분야 공무원으로 일하던 중 수산업 분야로 생업을 틀었다는 문 대표는 표선 출신으로 어머니의 옥돔구이 맛 때문에 이 길에 뛰어들었다. 늦둥이로 태어나 사랑을 받았던 그는 '행복'으로 기억됐던 맛이 있다. "'깻낭(참깨나무)'에 불을 붙여 다 타버리기 전 불꽃에 옥돔을 구워 주셨죠. 그렇게 구워서 참기름을 발라주던 맛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그에게 첫 번째 기회는 1981년 찾아왔다. 자신을 믿어준 한 재일교포 사업가의 도움으로 국내에서는 찾지않는 크기의 옥돔을 요청하면서 안정된 물량이 확보됐다. 이후 깔끔한 유통 처리와 보장된 품질이 소문나면서 대형 백화점 납품이 차례로 이어졌다.

 아들이 함께 대를 이어온지 벌째 8년을 넘었다. 가업을 잇는 2대 기업이 되면서 문 대표는 다시 도전을 하게 된다. 바로 'HACCP'인증을 받은 일이다. '위해 요소 중점 관리식품'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HACCP'인증은 식품의 원재료부터 제조, 가공, 보존 등의 과정 전반 그러니까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게 전까지에 관한 심사를 엄격하게 받는다.

 청룡수산에는 정년이 있지만 더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일자리를 열어준다. 이렇게 정년을 넘어선 이들도 많고 외국인 노동자 4명, 장애인 6명을 고용하고 있다.

 '좋은 생선'은 깨끗한 제주바다가 주지만, 정성 넘치는 손질과 깨끗한 처리, 3년 묵은 신안 천일염으로만 간을 하는 등의 엄격한 관리가 '맛있는 생선'을 완성한다. 그런 점에서 문 대표는 '어머니의 손맛을 일군 생선 손질과 유통의 장인'이 아닐까.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23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