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

[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에쿠니 가오리의 '달콤한 작은 거짓말'
결혼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말
연애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방식 담아
  • 입력 : 2011. 02.22(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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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가 '빨간 장화'에 이어 새롭게 선보이는 결혼에 관한 연작소설집이다. 비밀과 거짓말로 유지되는 루리코와 사토시 부부의 결혼 생활을 통해 결혼이라는 쓸쓸한 진실에 대한 또 하나의 물음표를 던진다.

서른 살 테디 베어 작가인 루리코와 스물여덟 자동차보험 계약 처리 담당 사원인 사토시는 결혼 3년 차 부부이다. 이들은 서로의 일과를 시시콜콜하게 다 이야기하지만, 둘은 전혀 대화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루리코는 여자 친구를 위해 자신이 만든 베어 '나나'를 찾아다니는 남자 하루오를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사토시 역시 대학 스키부 후배 시호와 사적인 만남을 가진다. 두 사람은 같은 장소로 돌아가기 위해 '작은' 거짓말을 늘어놓는다.

사람은 지키고 싶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작가 에쿠니 가오리가 그리는 결혼과 거짓말, 사랑과 진실의 상관관계이다.

주말을 맞아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족들과 함께 갔다. 우리 테이블은 4명의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우리 옆의 테이블에는 40대 초반의 부부와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아들 한명이 앉았다. 우리 테이블에서는 나와 아내, 그리고 아이들이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움직였다. 그런데 옆의 테이블은 너무도 조용했다. 남편의 얼굴은 어두웠고 식사하는 내내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부인은 아이를 부지런히 챙기더니 이내 자신의 식사만 하였다. 그러다가 그들은 식당을 나갔다. 주차장에서 혼자 담배를 피우는 아까 그 남편의 모습을 발견했다. 요즘 가족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전라도가 고향인 나는 2003년에 제주에 와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인 나는 매일 사람들과 만나러 나간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약속 장소를 물어본다. 사람들은 보통 장소를 설명할 때는 주요 건물을 기준으로 설명하게 된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큰 기업이나 건물이 없다. 그래서 제주도 사람들은 하나같이 호텔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제주도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들에게 호텔과 학교는 누구나 아는 지명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육지에서 온 나에게 호텔과 학교만큼 어려운 지명은 없다. 호텔에 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특급 호텔 몇 개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아는 호텔이 없다.
학교는 더욱 어렵다. 제주에서 자란 사람들은 모든 학교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학교에 갈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학교 위치를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야 딸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초등학교 몇 곳을 아는 것이 전부다. 다른 초등학교, 중학교나 고등학교 위치는 지금도 갈 일이 없어 어렵다. 제주 사람들은 학교위치를 모르는 나에게 길치 취급을 하곤 한다. 상대방이 자라온 환경이나 생각을 모르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이다. 내 입장에서는 당연한데 상대방은 전혀 당연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것이 사람간의 관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해 주는 것. 가족 간에도 나와 다른 점을 찾으면 참 재미있을 때가 많다.

<공인회계사 @seomcpa, sbs@e-jejuta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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