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이 다른 세 아이의 싱글맘 공지영씨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소설로 쓴 책이다. 오래 전에 읽은 책인데 출장길에 들른 누님의 집 서재에서 발견하고 다시 읽었다.
열여덟 살 주인공 위녕이 십대의 마지막을 자신을 낳아준 엄마와 함께 보내겠다며 거처를 옮기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새로 자리잡은 엄마의 집에서 위녕은 새로운 가족을 발견하기도 하고, 사랑하는 존재와 동생 둥빈 아빠의 죽음을 맞기도 한다. 또한 엄마의 새 남자친구를 만나고 또래 친구를 통해 평범한 가족이라는 환상을 깨기도 한다. 무엇보다 위녕 스스로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고 치유하며 엄마의 부재로 인해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가족의 의미를 되찾는 이야기다. 공지영은 '새로운 의미의 가족'에 대해 나와 내 아이들의 이야기를 수필로 써달라고 요청하신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매년 이 맘때쯤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오리엔테이션을 한다. 나도 둘째 현빈이와 셋째 채니의 어린이 집에 다녀왔다. 내가 이 어린이집을 좋아하는 것은 모든 것을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롱잔치도 없다. 부모들 만족시키려고 아이들을 고생시키기 때문이다. 아이들 옷에 흙이 많이 묻어 있으면 그날 하루를 잘 보낸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잘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것은 역시나 엄마들이 대부분이고 아빠들은 몇 명 보이지 않았다. 어떤 아빠들은 그런 자리에 서는 자체가 부끄럽게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어린이집에 주말농장 분양을 제안했었다. 어린이집 주변에 놀리고 있는 땅들이 있는데 땅 주인에게 부탁해서 주말 농장으로 사용하게 해달라고 한 것이다. 어린이집 바로 앞에 있으니 아이들 데리러 올 때 들르면 되니 거리도 좋다. 네 아이들을 키우면서(사실은 아이들 덕분에 내가 더 컸지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아이들은 자연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식물을 보면서 손으로 흙을 만지고 나무와 풀을 쓰다듬어 준다.
동물을 보면 난리가 난다. 자연과 이야기 하다보면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다. 나는 아빠들을 가족의 품으로 오게 만들고 싶었다. 역사적으로 봐도 원래 아빠들은 가족의 중심에 있었다. 그런데 불과 40년 전부터 먹고 아빠들은 가족의 중심에 없었다. 딱 먹고 살만해지면서 부터이다. 어찌 보면 이혼은 안했지만 실질적으로 이혼한 것이나 다름 없는 가족인 것이다.
주말 농장이 잘 되었으면 한다. 그만큼 가족 간의 대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가족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충분히 비바람 치는" 삶의 전장에서 "돌아와 쉴 만큼 튼튼"하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진실한 사랑이 전제된 그런 '가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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