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씁쓸한 세태들

[편집국 25시]씁쓸한 세태들
  • 입력 : 2011. 03.03(목) 00:00
  • 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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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모금회의 '희망 2011 나눔캠페인' 목표금액을 달성하지 못한데 이어 적십자회비 모금도 상황이 비슷하다는 소식이다.

적십자사에서는 지난달 28일까지 각 지역별 목표액을 정해놓고 대대적인 모금활동을 펼쳤지만, 공동모금회의 비리로 시작된 국민 불신을 비롯 경기악화, 최근 구제역 여파까지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공동모금회 상황과 적십자의 상황은 약간 다르다는게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비리사건이 터진 이후 공동모금회로 갔을 성금들이 적십자회비로 유턴, 올해 초 오히려 적십자회비 모금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되기도 했다. 실제 고액기부 업체들이 적십자사에 성금을 전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하지만 구제역 등 환경적인 여건을 비롯 성금을 걷는 적십자와 지자체의 태도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먼저 전국적으로 터진 구제역의 여파로 제주는 제외하더라도 적십자회비 고지서 자체를 전달하지 못한 사례가 속출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적십자와 지자체의 태도다. 적십자사와 지자체의 협조로 모금활동에 동원되는 각 마을 통장들의 행태는 적십자회비를 '당연히 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기에 충분했다.

'적십자회비는 국제인도주의기관인 적십자사에 자발적으로 각 개인이 회비로 내는 구호기금. 이 회비로 구호사업, 사회봉사사업, 지역보건사업, 의료사업, 혈액사업, 안전사업, 청소년적십자활동, 골수기증사업, 이산가족 및 재외동포사업, 국제활동, 인도법 보급 및 교육, 특수복지사업 등 사랑과 봉사의 인도주의 사업에 사용. 적십자사는 1년에 한번씩 회비모금을 위해 지로납부용지를 보내는데, 회비납부는 강제사항은 아님' 일반적으로 알려진 적십자회비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집으로 찾아온 통장들과 적십자사측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적십자사에서는 목표액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며 지금도 회비모금에 열을 올리고 있고, 고지서를 직접 돌리면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돈을 내라는 통장들을 보면 '이거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네'라는 생각이 든다.

한 친구가 적십자회비 고지서를 받고 다른 공과금과 함께 납부한 사실을 이야기 했다. 이어 "강제사항인줄 알았다. 알았으면 내지 않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누군가를 돕는 데 사용되는 성금 모금이 어쩌다 이지경이 됐는지 참으로 씁쓸하다.

<최태경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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