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사형수를 통해 본 인간애
사랑이란 이름으로 녹이는 상처
  • 입력 : 2011. 03.22(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2005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공지영의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문유정은 겉으로는 아주 화려하고 가진 게 많은 듯 보이지만, 어린 시절에 겪었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갖고 있다. 한편 정윤수는 밑바닥 세상만 떠돌다가 세 명의 여자를 살해한 죄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둘은 처음의 만남에서부터 마치 자신을 보는 듯 닮아 있는 서로의 모습을 '알아본'다.

이 소설을 쓴 직후 공지영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배경스토리를 이야기 했었다. 구치소를 취재하던 중 수녀님으로부터 사형수들의 일기를 받았다고 한다. 사형수들에게 일기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했을 때 사형수의 반응은 아주 냉랭했었다. 이제 곧 죽을 사람인데 일기 따위를 써서 뭐하겠느냐고 거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수녀님은 일기를 써도 아무런 소용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틀렸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사형수는 태어나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하였다. 자신은 조직의 보스로 오랫동안 권력을 누려왔고 그래서 부하들로부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일기장을 공작가가 보았을 때 긴장감이 솟아 올랐다고 하였다. 글씨도 반듯하지 못하고 내용은 더욱 모래사막처럼 삭막했었다. 그러나 일기장의 시간이 갈수록 내용은 부드러워지고 자신을 반성하는 내용이 많아지고 있었다.

주말에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갔었다. 어린이집에서 부모교육 후 반으로 나뉘어져 부모들끼리 이야기 하는 시간이 있었다. 예상대로 모두 엄마들이었다. 아빠들의 모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엄마들은 아빠들이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였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아빠들이 가족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하는 엄마들의 노력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결혼 초창기에 집에 들어와서 설거지라도 도와주면 아내한테 좋은 말을 들은 적은 거의 없었다. 집안 살림을 나보다 훨씬 잘하는 아내의 눈에 내가 처리한 결과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한 노력보다는 잘못한 부분을 찾아내 지적하는 것이었다. 나는 노력한다고 하는데 돌아오는 것은 야단 뿐이었다. 아내 기준으로 보면 나는 완전 초보자였고 마음에 들지 않았으리라. '차라리 안 도와주었으면 야단은 맞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곤 했다. 대부분의 아빠들이 여기에서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나는 아내보다 더 잘해서 내가 지적하는 날이 올 때까지 오기로 더욱 열심히 설거지를 했었다. 그리고 청소와 아이들 목욕시키기, 아이들 책 읽어주기 등 엄마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섭렵하였다. 이제는 아내한테 웬만한 집안일에서 지적당하지 않는 정도가 되었다.

나는 아빠를 가정으로 오게 하려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내 경험을 되돌아보니 그것은 사랑이 밑바탕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었다. 사랑은 나와 다른 점을 인정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아빠와 엄마의 서로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는 아이이므로 어른과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다른 점을 인정하지 않고 내 기준으로 본다면 세상은 모두 오류투성이이고 불만 덩어리이다. <공인회계사 : @seomcpa, sbs@e-jejutax.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