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손봉석과 함께 하는 포스트독서]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사
일상같았던 엄마의 존재 일깨워
  • 입력 : 2011. 04.12(화) 00:00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저번 설날 때 집에 갔더니 어머니가 아파트 청소를 도와줘야 한다며 나가셨다. 설날인데, 게다가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였는데 굳이 나가시겠다고 해서 물었더니 거짓말을 못 하시는 어머니는 숨기고 싶었던 비밀을 들킨 듯 말을 돌리고 계셨다. 처음에는 심심풀이로 놀면 뭐하냐? 좋은 일도 하고 운동 삼아 아파트 쓰레기나 줍는다고 하셔서 우리도 아파트에서 하는 청소봉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돈을 받고 몇 달간 일을 해주고 계셨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매달 용돈도 보내드리고 혼자 사시니 그렇게 돈 쓸 일이 없다고 생각해왔던 내가 뭔가 잘못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어머니는 두 달 전부터 청소를 해왔는데 그 전에 청소하던 아주머니들이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서 관리사무소에서 노인정에 자주 나오시는 분들에게 부탁을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3개월만 하고 그만둘 것이며 지금 두 달째 하고 계시다는 것이었다. 돈을 받고 있다니 안 나간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였고 나도 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이런 일에 자식들 눈치를 퍽이나 보고 계셨다.

몇 달 후 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다가 어머니가 내 직장보험에서 지역보험으로 돌려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문득 설날에 어머니가 돈을 받고 청소 일을 하신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런데 3개월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계속하시는 것 아닌가 하고 전화를 해보았더니 지금 그만두신 상황이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왜 정규직으로 처리했는지 이해가 안 갔다. 어머니 말씀대로 관리사무소에서 청소부가 구해질 때까지 부탁한 것이라면 어머니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처리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리사무소와 이야기 하다 보니 사실은 노인정에 있는 분들과 청소하는 아주머니와 트러블이 생겼고 청소아주머니를 몰아냈던 모양이다. 어머니는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불가피하게 그만두어서 관리사무소에서 부탁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노인정 사람들이 청소부를 내보내는 조건으로 자신들이 청소부가 구해질 때까지 청소를 하겠다고 관리사무소에 이야기를 한 모양이다. 어머니는 청소부 아주머니와 친했지만 노인정 사람들과도 친해서 어중간한 위치에 있었던 모양이다. 어쩌다 보니 어머니는 노인정 사람들과 한 부류로 간주되었고 나는 전화기로 노인정 사람들과 어울리지 마시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무슨 죄를 지은 듯 아무 말도 안하셨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나니 이 책이 떠올랐다. 혼자 사시는 어머니는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정을 붙이고 살고 계셨다. 나는 어머니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그 마저도 끊어버리라고 말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어머니를 위한 말인지, 나를 위한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만큼 나는 어머니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처럼 우리는 어머니를 잃은 것은 아니지만 잊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항상 우리 곁에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공인회계사 : @seomcpa, sbs@e-jejutax.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4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