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고봉식 전 제주도교육감

[어떵살암수과]고봉식 전 제주도교육감
노인환자들과 함께 제2의 인생
  • 입력 : 2011. 04.30(토)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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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식 전 제주도교육감은 2년여 전부터 고향에서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노인환자들과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사진=이승철기자

"교내 폭력은 사회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
학교는 지식보다는 지혜 터득하는 곳 돼야"

제6대 제주도교육감을 지낸 고봉식(87·제주시 오라동)씨. 1988년 제주도교육감으로 퇴임하기까지 41년의 교직생활 말고도 동려야간학교장, 한국예총제주도지부장, 보이스카우트제주도연맹장,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장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온 그는 고령에도 여전히 현역이다.

2년여 전부터는 고향에서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이사장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집사람이 건강이 나빠 오랫동안 노인병원 신세를 지다 6년 전 세상을 떠났다. 그로 인해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 신경쇠약 등의 질환을 앓으며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어쩌면 삶의 막바지에 있을지 모를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누군가 곁에 있다는 안도감이 아닐까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이 일이다."

사회복지시설에 입소한 환자들과 비슷한 연배로, 그들과 똑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그는 환자들의 입장에서 보살피고 대화가 안되면 눈빛으로라도 교감하는 벗이 되고 싶다고 했다.

반평생을 교단에 섰으니 학교를 둘러싼 크고 작은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제주에서 학생의 교사폭행 소식을 접하고 가슴 아프고 착잡했다는 고 전 교육감은 "돌발적인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겠지만 학생이 왜 그런 청소년으로 자랐겠느냐는 물음에선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성적 경쟁에 내몰리는 학생들에게 인성교육과 전인교육은 늘 뒷전이고,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허약하고 자율성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 전 교육감은 "아이들에게 좋은 성적만을 기대하기에 앞서 가정과 학교, 그리고 우리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일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육감 당시 교육지표였던 '산교육 푸른 기상'에 대해 "죽은 교육도 있느냐?"는 비판과 학생들에게 동아리활동을 권장하던 모 고등학교 교장당시 동아리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1등을 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지 않아 항의를 받았던 기억을 털어놓는다.

학생들에게 교실이란 울타리에서 벗어나 교과외 야외활동과 예체능을 강조했던 고 전 교육감은 교육청 중등교육과장으로 재직 중이던 1960년대 후반 보이스카우트를 도입하기도 했다.

또 그가 오현고 음악교사로 재직하던 1952년 미국인 길버트 소령의 도움으로 오현관악대가 창설됐고 1953년 진주개천예술제에 첫 참가해 최고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6·25전쟁의 와중에서 나팔소리와 북소리는 도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볼거리의 하나였다"고 회상한다. 제주관악의 역사는 전쟁의 와중에서 태동한 셈이다.

"어떵 살암수과"라는 물음은 인생 후반기의 삶에서 시작해 제주관악의 역사를 넘나들었고, 종착점은 교육에 대한 소신으로 마무리됐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경쟁이 우선되는 인재양성 교육이 국가발전에 기여해 온 측면이 있지만 학교는 지식보다 지혜를 터득하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성교육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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