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옥의 식물이야기](21)한라산에 병꽃나무가 자랄까

[문명옥의 식물이야기](21)한라산에 병꽃나무가 자랄까
붉은병꽃나무-병꽃나무 둘은 서로 다른 식물
식물공부는 세심한 관찰과 책 찾아 보기 필수
  • 입력 : 2011. 06.11(토)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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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병꽃나무(사진왼쪽·한라산)와 병꽃나무(사진오른쪽·내장산)

한라산에 산철쭉이 주도하던 붉은 산 빛이 초록이 되어 갈 때 쯤 병(甁)처럼 생긴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가 있다. 바로 붉은병꽃나무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병꽃나무라 부른다. 심지어 학술논문이나 책자에도 병꽃나무가 한라산에 흔하게 자라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두 식물은 엄연히 다른 종이다. 이 둘은 어떻게 구분할까? 그리고 병꽃나무가 한라산에 자라기는 할까?

병꽃나무속(屬, 무리) 식물은 동북아시아만 분포하는 고유속 식물군이다. 지금까지 12 종류가 알려져 있는데, 한국속식물지에는 병꽃나무(거의 전국), 소영도리나무(강원 이북), 붉은병꽃나무(전국) 등 3종이 국내에 분포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들은 얼핏 보아서는 매우 비슷하여 구분하기 힘들지만 꽃색, 꽃받침 갈라짐의 정도, 부분적 털의 유무 등으로 구분 할 수 있다.

병꽃나무는 1918년 나카이에 의해 처음 기록되었으며, 한반도에만 자라는 한국고유식물이다. 꽃은 처음에 상아색으로 피지만, 나중에는 검붉은 색으로 된다. 꽃받침은 가늘고 길게 아래 부분까지 완전히 갈라지는 점이 소영도리나무, 붉은병꽃나무와 다르다.

반면 소영도리나무, 붉은병꽃나무는 처음부터 붉은색의 꽃이 피며, 꽃받침이 불규칙하게 중간부분까지만 갈라지는 점은 같다. 그러나 소영도리나무는 잎 양면에 짧은 털이 많고, 붉은병꽃나무는 잎의 뒷면 가운데 맥에 융털이 밀생하는 점이 다르다. 현재까지 검토된 표본으로 보았을 때 병꽃나무와 소영도리나무는 한라산에 분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간혹 흰색의 꽃이 피는 붉은병꽃나무가 있어 이를 흰병꽃나무라고 부르기도 하나 병꽃나무와는 확연히 다르다.

식물공부에 있어 세심한 관찰과 책 찾아보기는 올바른 지식을 얻기 위한 필수과정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식물이름을 알게 되었나? 혹 당신은 누군가로부터 쉽게 알게 된 이름을 전달하는 사람은 아니었을까?

<이학박사·제주대 기초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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