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제주모모' 운영 오윤하씨

[어떵살암수과]'제주모모' 운영 오윤하씨
"孝의 중심터에서 평화 꿈꾼다"
  • 입력 : 2011. 07.09(토)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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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하씨는 용수리에서 '제주모모'를 운영하며 쉼터가 필요한 이들에게 행복을 전하고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photo@ihalla.com

외환위기 후 절망끝에 깨달은 효의 가치
한경 용수리에 흄관 소재 무료 쉼터 조성

1997년 무렵이다. 외환위기를 겪던 그 시절, 오윤하(60)씨는 크나큰 절망과 마주해야 했다. 도내 모 관광업체의 평사원에서 출발해 본부장까지 오른 그였다.

당시 40대 중반을 넘긴 나이로 한창 일할 때였지만 부도로 내몰린 회사는 그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못했다. 우연찮게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로 찾아들었다. 용수저수지 인근의 기와집을 빌려 노모와 함께 그곳에 살았다. 몸도 마음도 아프던 나날이었다. 벼랑끝에 서있는 것 같았던 그에게 자연은 차츰 건강을 되찾아 줬다. 소규모 양봉을 하고 약초를 캐며 농부로 살아갔다.

용수리에 둥지를 튼 지 몇 년 되지 않아 모친이 세상을 떴다. 아들이 실의에 빠져있을 때 말없이 격려해주던 어머니였다. "밖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아들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을까." 오씨는 나이 60이 되어서야 불효가 얼마나 큰 죄인지 깨달았다.

용수저수지 가는 길에 세워진 '제주모모'에는 오씨의 그런 사연이 있다. '모모'는 '어머니, 어머니'란 뜻이다. 지난해 1월부터 '제주모모'조성에 나서 마무리까지 1년여가 걸렸다. '제주모모' 운영에 동참하는 후원자와 용수리 마을의 지지가 힘이 됐다. 소나무밭 아래 들어선 '제주모모'는 '세상 효의 중심터'를 표방하며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반목하고 대립하며 폭력이 난무하는 시대 아닌가. 지금이야말로 효의 가치가 절실하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은혜에 보답하는 게 효이기 때문이다. 너나없이 그런 마음이 커진다면 세상은 얼마나 평화로워질까. 평화의 섬을 꿈꾸는 제주에서는 더더욱."

어머니의 뱃속같은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 '애기별궁'으로 이름붙여진 동그란 모양의 자그만 방들은 지름 1m50㎝ 크기의 흄관을 재료로 썼다. 방은 모두 4개다. 철재를 잇대 총 길이 3m씩 지어진 방마다 1~2명이 머물 수 있다. 벌을 키우며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흄관 4개가 마치 벌집처럼 연결됐다.

"'제주모모'는 용수리의 맑은 자연을 느끼고, 부모님을 생각하고, 자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곳이다.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공짜라고 하니 안 믿더라. 정말 공짜인데…."

이부자리가 깔린 방안에는 작은 책상이 놓여있다. 오씨는 길을 나선 이들에게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하는 대신 그곳에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쓰도록 한다. '제주모모 우체국'에 편지를 넣으면 원하는 곳으로 부쳐준다.

'마인드 뱅크'도 운영하고 있다. '제주모모'에 머물렀던 이들이 저마다 품은 꿈이나 미래의 약속을 적어놓은 글귀를 보관해뒀다 원하는 날짜에 용수리를 다시 찾아 꺼내볼 수 있도록 했다. '마인드 뱅크'에는 제주를 재방문하는 이들이 늘었으면 하는 바람도 담겼다.

지금껏 '제주모모'를 거쳐간 이들은 50명쯤 된다. 오씨는 "삶에 지친 이들이 하루쯤 이곳에 짐을 풀고 힘을 얻어 돌아갔으면 한다"며 "이용자가 많아지면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즐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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