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장수방 전 제주경찰서장

[어떵살암수과]장수방 전 제주경찰서장
조류작가로 제2의 인생 '훨훨'
  • 입력 : 2011. 09.24(토)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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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서장을 지낸 장수방씨가 공직 퇴임후 조류작가로 변신, 제2의 인생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의 희귀조류 사진집을 발간하는 등 조류작가로 왕성하게 활동중이다. /사진=강희만기자 photo@ihalla.com

공직 퇴임후 공허한 일상으로 방황
사진 입문한뒤 '운명적 만남' 경험
제주자연 곳곳 누비며 앵글에 담아
희귀조류 사진집 발간 전시회 열어

"날아올지도 안올지도 모를 새를 기다리면서 며칠씩 같은 곳에 간 적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사진은 못 찍지만 새를 향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23일 오후 제주시 한라수목원 전시관 1층에서 제주의 희귀조류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는 장수방(70) 전 제주경찰서장을 만나 조류사진작가로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35년 동안 경찰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제주경찰서장과 충남 서천경찰서장을 지낸 장 전 서장은 지난 2002년 12월 31일 정년퇴임을 했다. 정년퇴임 후 2년 동안 다른 퇴직자들처럼 골프도 치고 여행도 다니고 수석을 채집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나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가 없었다.

퇴임 후 별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던 장 전 서장은 지난 2005년 당시 박문수(74) 법무사를 만나면서 사진과 인연을 맺게 됐다.

"사진을 찍어 보는 것이 어떠냐"는 권유를 받은 것이다. 이후 소위 '똑딱이' 중고카메라를 구입, 독학으로 사진을 배우다가 사진작가인 고성근씨를 만나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웠고 도내 한 사진동아리에 가입, 회원들과 함께 산과 해안을 누비면서 아름다운 제주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러던 어느날 장 전 서장은 자신과 사진의 만남이 운명이라고 느끼는 일을 경험한다.

"2007년 8월 16일 새벽 동료들과 성산포에서 일출을 찍고 나서 하도리 철새 도래지에서 머리 위로 날아가는 새를 순간 포착하고 찍었는데 나중에 전문가를 통해 확인해보니까 바로 희귀조인 군함조였습니다. 전문가들도 한번 만나기 어려운 새를 찍고 나니까 내가 사진과 인연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 전 서장은 그 후 '새가 좋은사람들'이란 환경단체에 가입해 회원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계절로 제주를 찾아오는 새에 대해서 공부를 하는 등 본격적으로 조류연구를 시작했다.

'사진은 내 운명'으로 받아드린 장 전 서장은 이후 환경부 영산강유역청 제주사무소 김영호 박사와 함께 곶자왈과 습지 등을 찾아 다니면서 발품을 팔았다. 이런 노력으로 현재까지 큰오색딱다구리와 휘파람새, 동박새 등 130여종을 촬영했고 지난 4년동안 찍은 새를 모아서 책으로 발간을 하게 됐다.

이번 전시전에 선보이는 작품은 그가 최근 출간한 '제주의 희귀조류' 사진집에 수록된 작품 93점중 40점이다. 작품 속에서는 장 전 서장의 열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장 전 서장은 요즘은 새소리를 들으면서 환희를 느낀다. 그동안 어깨를 짓눌러왔던 무거운 삶의 굴레를 벗고 새처럼 자유로운 제2의 인생을 훨훨 날고 있다. 그의 꿈은 여든여덟의 미수(米壽)가 되는 18년 후에 다시 한번 더 전시회를 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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