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1% 와 99%
  • 입력 : 2011. 10.13(목) 00:00
  • 김치훈기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동물세계에는 풀을 뜯어먹는 토끼는 여우에 먹히고, 또 그 여우는 사자에게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존재한다.

결국 이 법칙에 따르면 지구라는 별에는 사자만이 남게 되고, 그 사자들끼리 먹고 먹히는 살육을 펼치다가 결국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이들 동물세계의 토끼와 여우, 사자도 저마다의 생존 방법들을 갖고 있어서 이들은 각자 생존하며 멸종을 면하고 있다.

지구라는 별에서 인간들은 도구를 만들어 에너지를 만들고 각종 재화를 축적하는 과정에, 재화가 고루 배분되지 못해 빈부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재화가 점점 한쪽으로 쏠리며 가지지 못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인간들은 늘고 있다.

자본주의 본산이라는 미국의 금융가 월스트리트에서는 부의 쏠림 현상에 반발해 "우리는 이날 집회를 세계를 수탈하는 금융자본에 맞선 모두의 투쟁으로 확대하기를 제안한다. 1%에 의한 수탈을 거부하고 99%의 살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요구한다"는 슬로건으로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국내에도 확산돼 여의도에서 시위를 여는 등 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은 1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사회지도층이 재산의 5%를 기부, 40조~50조 규모의 '공생발전 선진화기금'을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안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를 상대로 한 질의에서 "최근 선진국에서도 소득양극화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소득양극화에 반대하는 대중시위가 확산되고 있는가 하면, 부유층을 중심으로 세금을 더 내자는 '부유세 운동'도 일어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많은 지도층과 기업인들이 사회적 기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희생과 결단에 의존하는 기부활동으로는 부족하다"며 "조금 더 적극적인 자기희생을 보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 의원의 제안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져본다. 물론 각종 정책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공생발전 선진화기금이 과연 토끼와 여우가 가진 생존전략을 99%의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의 가치를 '부의 축적'이 아닌 '나눔'에서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기대해 본다.

<김치훈 정치부 차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57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