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民主主義).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말이다. 링컨의 '국민의, 국민에 의한 , 국민을 위한'은 민주주의를 가장 명료하게 설명한 말로 유명하다.
이처럼 모든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하지만 현대의 다원화된 사회에서 국가의 주인들이 모두 나서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결정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의민주주의라는 대체적 개념이 생겼다. 국민이 투표 등으로 선출한 대표자가 민의에 따라 행동하고 결정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의민주주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항상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다. "시민들은 실제로 '대의'돼 있음을 어떻게 확인 할 수 있을까? '대의자'들이 실제로 국민을 대의하고 있다고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이 항상 꼬리표로 달고 다니는 문제에 대해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꿰뚫어 분석한 책이 국내에 출판됐다. 2007년 프랑스에서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출간돼 많은 언론과 국민들의 주목을 받은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가 두 개의 큰 선거를 앞둔 2012년, 한국어로 변역돼 나온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장 폴 주아리는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정치적·사회적·문화적 현상을 편협한 이념이나 사회적 통념에 치우치지 않고 폭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분석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부터 예견됐던 정치인의 타락에 대해 투표권의 행사를 통해 국민이 아직 존재함을 정치인에게 경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리그가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생활의 문제이며, 이념이 아닌 사람이 주가 되는 '국민집권플랜'의 출발점은 투표를 통해 비롯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민주 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투표는 민주 사회의 주인이 되는 교육과 훈련이다. 선거는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뽑는 의식이다"라고 주장하는 안경환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은 국가의 주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권리인 '투표'에 대해 무관심한 국민들에 경계심을 나타낸다. 의식 있는 '적극적 시민'의 부재는 '좋은 정치'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의, 내 주권을 대변할 국회의원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열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여전히 투표를 시큰둥하게 여기고 무관심으로 점철돼 있는 이 땅의 주인들이여,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다다랐을 때도 여전히 고개를 돌릴 것인가. 이보경 옮김. 함께 읽는 책.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