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총장 직선제가 문제인가

[편집국 25시]총장 직선제가 문제인가
  • 입력 : 2012. 03.27(화)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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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가 지난 21일 총장 후보직선추천제도 개선 관련 찬반 투표를 벌여 '직선제 폐지 찬성'으로 결론을 냈지만 일부 구성원들은 개운치 않다는 분위기다. 교수나 직원들이 직선제 폐지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이어온 제주대 총장 직선제를 돌아보면 일부 출마자들이 파벌을 만들고 경조사 챙기기로 표를 얻는 등 폐해가 적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이번 찬반 투표는 대학 구성원의 자율적 결정이 아니라 교과부의 주도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내부 반발이 컸다.

교과부는 연초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골자로 총장 직선제 개선을 제시했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학칙 개정까지 이끌 경우 대학 평가때 5점을 주겠다고 했다. 제주대측은 재학생 1만명 이하 국립대 평가에서 1점 차이로 1등과 꼴찌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며 교직원들을 '설득'했다. 교과부 방침대로라면 직선제 폐지를 끌어내지 못할 경우 한순간에 부실대학으로 추락할 수 있어서다.

재정 지원 제한, 학생 정원 감축 등 대학측에 돌아오는 불이익을 감수하겠다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싶다. 일단 폭풍우는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찬성표를 찍은 이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대를 포함 최근 전국 23개 국립대가 직선제 폐지에 뜻을 모았다.

직선제 폐지를 반대해온 제주대 교수회가 26일 임원진 사퇴에 이어 오는 29일 평의회를 앞두고 학칙 개정 안건 '부결'을 거론하는 등 또다른 논란이 예상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직선제 폐지 이후 총장 선출 방식의 민주적 과정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총장이 대학 운영의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임에도 투표권은 교수에게 집중되어 왔다. 찬반 투표에서도 직원 투표 반영 비율은 교수 대비 11%에 그쳤다.

이같은 현실에서 제주대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총장 선출때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 구성원과 도민의 의견을 골고루 반영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거점 국립대' 총장의 위상에 맞게 제주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바람이 크다. 직선제 폐지 여부 보다 더 큰 과제는 능력있는 총장 선출이다. <진선희 사회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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