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헬스케어](13)암에 대한 도전-항암치료의 성과

[제주건강보고서 헬스케어](13)암에 대한 도전-항암치료의 성과
한국인 사망원인 1위 癌… 극복과정 '진일보'
  • 입력 : 2012. 04.13(금) 00:00
  •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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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표적항암제라는 새로운 계통의 항암제가 등장했다. 사진은 2001년 5월 타임지 표지를 장식했던 표적항암제.

치료는 수술·방사선·항암제
2000년대 표적항암제 등장
모든 암환자에 적용은 무리

암은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10년 국내 사망자 25만5000여명 가운데 7만2000여명이 암으로 세상을 등졌다. 암 발생자 수도 해마다 늘어 1999년 10만1000명에서 2009년에는 19만2000명으로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권정미 교수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한국인 중 평균수명 81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명 중 1명이라고 한다. 더불어 인류는 암을 정복하지 못했다. 오랜 기간 암 극복과정에 있다고 보면 된다.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권정미 교수의 도움으로 암에 대해 알아본다.

▶암이란=암은 세포분열과 분화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세포 덩어리이다. 세포는 정상적으로도 분열, 증식한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가 불로장생할 수 없듯이 생명체를 이루는 하나의 세포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세포분열을 촉진시키는 유전자나 세포분열을 억제시키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원래 정상이었던 세포들이 사멸하지 않고 무한증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암이다.

▶항암제=암을 제거하는 치료법은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 치료의 세 가지가 있다. 한정된 부위의 종양만을 치료하는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와는 달리, 항암제는 온 몸의 암세포에 고르게 작용하는 이론적인 장점이 있다.

반면 항암제에 아주 반응이 좋은 몇몇 암을 제외하고는 모든 암세포를 완전히 뿌리 뽑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한정된 범위에 국한된 암의 치료에는 수술과 방사선치료를 주로 적용하게 되고,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항암제를 주된 치료법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항암제의 역사는 길지 않다. 항암제의 발견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화생방전을 위해 연구하던 독가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3년 12월 독일군은 이탈리아 바리 지역에 신경독성을 가진 '머스타드' 가스폭탄을 투하했다. 당시 미군의관들은 머스타드 가스에 노출된 생존 병사들을 검진하던 중 백혈구와 림프구 수치가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의사들은 이 머스타드 성분이 백혈구와 림프구를 죽인다면 백혈병과 림프종에서 암세포를 죽이는데 쓰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을 연구하던 과정에서 '니트로겐 머스타드'라는 최초의 세포독성 항암제가 탄생했다.

▲표적항암제 이레사를 이용해 폐암 환자를 치료하기 전(위)과 치료 1개월 후.

이처럼 항암제는 세포를 죽이는 독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량을 사용하면 사람이 죽게 되고, 적정량을 사용하게 되면 암세포만 죽게 된다. 초기에는 항암제의 적정 투여량을 찾아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수많은 치료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항암치료의 부작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독성과 부작용이 적은 항암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표적항암제=2000년대 들어 표적항암제라는 새로운 계통의 항암제가 등장했다.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는 암세포의 빠른 성장 현상을 이용해 개발된 것인 만큼 정상세포 중에서도 빨리 성장하는 세포(조혈계 세포, 모근세포 등)에까지 영향을 주어 면역력 저하, 탈모를 비롯한 각종 부작용이 동반됐다. 이와 달리 표적항암제는 발암과정 및 암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인자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정상세포에는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고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분자생물학적 이론을 적용하고 있다.

2001년 5월 미국 FDA는 최초의 표적항암제인 글리벡(gleevec, imatinib)을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제로 승인했고, 이는 60년 항암제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그 달의 'TIME'지 표지사진을 장식할 정도였다. 이후 수십 개의 표적항암제가 개발됐고, 일부 표적항암제는 수년전부터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해 이미 사용되고 있다.

▶표적항암제가 기존의 항암제보다 더 뛰어난 약인가=이론상 완벽해 보이는 표적항암제 역시 아직은 많은 한계점이 있다. 표적항암제라고 하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고, 세포독성 항암제라고 하면 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환자들도 있다. 그런데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장점이 많지만, 표적항암제라고 해서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항상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표적항암제는 암이 발생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특정 표적인자만을 공격한다. 따라서 같은 종류의 암이라도 특정 표적인자가 나타나는 환자에게만 효과를 발휘한다.

하나의 예로 이레사(iressa, gefitinib)라는 항암제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레사는 2003년 비소세포폐암에서 처음으로 미국 FDA 승인을 받은 대표적인 표적항암제다. 이 이레사도 한때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었다. 이레사를 이용한 첫 번째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기존 항암제에 비해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 FDA 승인이 취소되는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다시 분석해보니 임상시험 대상 환자 중에서도 여자, 동양인, 조직학적 선암, 비흡연자인 경우에는 효과가 좋았다는 분석결과가 나왔고, 연구를 거듭해 약효가 있었던 환자들은 공통적으로 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돌연변이를 발현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게 됐다.

이에 따라 사라질 뻔 했던 이레사는 효과를 발휘하는 표적(EGFR)이 뒤늦게 규명됨으로써 화려하게 부활해 현재 수많은 폐암환자들의 생명연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레사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표적항암제를 투여한다고 해 같은 질환을 가진 모든 암환자들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약물과 맞는 표적인자를 발견해 표적항암제를 지속적으로 투여하더라도 세포독성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내성이 생길 수 있으며, 세포독성 항암제에 비해 덜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환자를 힘들게 하는 부작용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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