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따라 여행길따라]서홍동 '추억의 숲길'

[올레길따라 여행길따라]서홍동 '추억의 숲길'
동네 어르신들의 추억을 따라 걷는 숲길
  • 입력 : 2012. 04.21(토) 00:00
  • /이현숙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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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홍동 '추억의 숲길' 탐방로 예정지 /사진=이현숙기자

추억의 숲길 탐방로 6월 개장 앞두고 막바지 손질
10km 구간… 일본군 진지 등 흔적 볼거리도 있어

사방이 봉우리로 둘러져 있어 지형이 화로 모양 같다고 하여 '홍로'라고 불렸던 서귀포시 서홍동에 '추억의 숲길'이 탄생을 앞두고 있다.

특히 서홍동 검은오름과 한라산 둘레길을 연계하는 탐방로로 지역주민들이 직접 구상·개발하고 있어 더 눈길을 끈다. (가칭)'추억의 숲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숲길은 예전 서홍동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곳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코스로 10km에 이른다. 산록도로~생물도~검은오름~한라산 둘레길 편백나무 군락지~서홍동으로 이어진다.

'추억의 숲길' 조성 기본계획은 지난해 3월 마련된 것. 그때부터 주민자치위원회는 탐방로 조성에 따른 현장답사를 수차례 벌이고 있다. 이처럼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어 현장을 답사하고 산책로를 조성하는 등 자체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존 숲길을 활용해 자연훼손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앞장서고 있는 서홍동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김상범)는 생태환경과 역사문화를 결합한 '역사문화 테마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을 특성화 사업으로 신청했다.

김상범 위원장은 "역사문화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차별화된 생태탐방로를 조성하면서도 생태환경 훼손을 최소화 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있다"며 "추억의 숲길 걷기교실 등 동아리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억의 숲길에 포함된 생물도.



'추억의 숲길'의 시작은 제2산록도로 인근 서홍동 목장을 가로지르면서 시작된다. 한눈에 들어오는 한라산을 보면서 빼꼼히 올라온 고사리 사이로 30분정도 걸었을까. 숲길 입구에서 멀지않아 '생물도'에 다다르니 선홍빛 동백꽃이 흩어져 있다. 왠지 4월의 아픈 역사 속 그림같지만 주민들은 이곳을 '탐방객 식수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하늘로 높게 솟은 삼나무 길과 맑은 물이 솟아는 생물도는 소박하지만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편백나무 숲에서 마시는 청량한 공기는 일상에 지친 몸을 정화시키고, 푸르른 이끼는 품은 널따란 바위는 산뜻한 새소리와 함께 고요하게 마음을 울린다.

숲길은 경사도 가파르지 않고 옆으로 계곡을 따라 걷다보면 아기자기한 볼거리들을 만날 수 있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하트형 돌무더기'도 그 중 하나. 누군가 옮겨놓은 흔적이 없는데도 하트모양으로 놓여져 있다.

하트모양 돌 무더기.



숲길 걷기에 동행했던 강태영(서홍동)씨는 "숯가마터, 제단, 움집 등 다양한 문화역사 유적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어 이를 어떻게 엮어낼지 기획중"이라고 전했다.

숲길은 중산간의 풍성한 자연과 함께 일본강점기, 4·3 등 역사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성인이 3~4시간이면 충분히 둘러오는 10km 거리로 오래전부터 서홍동 주민들이 애용해 온 길이기도 하다. 산록도로에서 시작해 중산간 산림으로 올라 다시 내려오는 코스는 출발지인 산록도로를 지나 생물도, 검은오름을 거쳐 편백나무 군락지인 한라산 둘레길에 접어들고 다시 출발지로 돌아온다.

뛰어난 경관도 추억의 숲길의 강점이지만, 제주도의 오래전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현무암을 아치형으로 쌓아올린 숯가마터가와 옛 선조들이 살았던 움막터 및 목축지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도민들을 강제 동원해 일본이 만든 도로(일명 하치마키 도로)와 4·3학살 장소는 역사의식을 깨우치는 교육현장으로 손색이 없다. 서홍동이 이 탐방로를 역사 체험과 치유의 숲길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이런 요소들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숲길에서 만나는 풍경.



숲길을 찾을 수 있도록 서홍동주민자치위원회가 매단 노란 리본.



지난해부터 시작한 현장답사는 어느새 5차례나 이뤄졌다. 동 직원, 주민자치위원, 산림직 전 공무원 주민, 숲길 인근 거주 주민 등이 이 과정에 동참했다. 자연훼손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가지치기와 리본달기 작업이 주로 진행됐다. 현재 걸어진 리본만 500여개. 서홍동은 2차례 현장점검을 더하며 6월로 앞둔 개장시기를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구간이 난대산림연구소 국유지에 포함돼 있어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연 훼손 대비를 위해 사후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숲길을 걸어 나오다 문득 뒤돌아 보게 된 한라산 풍광./사진=이현숙기자



김민하 동장은 "주민에게는 자부심과 올레꾼, 관광객 유치로 경제 활성화 효과를, 청소년들에게는 학습장으로 활용하면서 문화유산을 계승하는 발판으로 삼겠다"며 "앞으로 코스 안에 역사문화학습장, 야생화단지, 식생물군락지 조성 및 식수공간 정비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760-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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