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25시]메세나운동, 공략 대상 선택의 오류

[편집국 25시]메세나운동, 공략 대상 선택의 오류
  • 입력 : 2012. 07.10(화)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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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문화예술단체가 결연해 문화예술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제주메세나운동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제주에서도 지난해 7월 제주도의회가 제주메세나운동본부 설치 관련 운영비를 승인하면서 메세나운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어 제주문화예술재단은 지난해 말 '기업과 문화예술의 뜻 깊은 동행'을 슬로건으로 내건 제주메세나운동본부의 닻을 올렸다.

양영흠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이 본부장을 겸한 운동본부는 출범 당시 올해를 메세나운동의 원년으로 삼아 다양하고 다각적인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도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문화예술단체들과의 결연을 촉진하고, '찾아가는 메세나 프로그램'으로 지역문화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문화예술인들이 들으면 그야말로 가슴이 뛸 만한 원대한 포부였다.

그러나 이후 1년간 제주메세나운동 추진 과정을 보면 물때를 파악하지 못해 나가지도 못하고 돌아오지도 못해 허둥대는 미숙한 뱃사공을 연상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제주메세나운동본부 발족식 때 기업인은 찾아볼 수 없고 문화예술인들로만 행사장이 가득 찬 것이야 처음이니 그렇다 칠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의회 승인을 받은 지 1년 후인 지난주 열린 메세나설명회도 메세나운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그 설명 대상은 기업인이 아니라 이미 알 건 다 아는 문화예술인이었다.

제주메세나운동본부 홈페이지에 본부장 인사말이 올라 있다. 그리 길지 않은 내용이 대략 이렇게 마무리된다. '문화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분야이고, 단기적 성과를 기대해서도 안 되며, 인내와 끈기만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는 길이다. 문화예술 지원의 지속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추진 과정을 보면 이 인사말은 사업이 더딜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진단했다기보다 변명하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비쳐진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그리 기대하지 않던 일이기에 실망할 것도 없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메세나운동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단체가 아니라 기업을 찾아 사업을 설명하고 홍보해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공략 대상을 잘못 택했다. <표성준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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