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경찰 출신 국수집 사장 김경돈씨

[만나고 싶었습니다]경찰 출신 국수집 사장 김경돈씨
"친절하게 베푸니 손님이 절로 찾아와요"
  • 입력 : 2012. 10.05(금) 00:00
  • 강봄 기자 spri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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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을 베풀면 손님은 저절로 찾아온다고 강조하는 김경돈 사장이 부인 정운자씨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22년동안 경찰 '정보통'으로 활약
"다른 식당과 맛 다르다"는 말 뿌듯

"많은 손님들이 찾아줘 너무나 고맙죠. 이에 보답하는 길은 엄선한 좋은 재료로 맛있는 국수를 만들어 드리는 것 밖에 없지 않을까요."

제주시 제원길(연동)에 위치한 국수 전문식당 '올래국수'에서 국수를 먹어 본 이들은 이 곳 국수그릇을 보고 이렇게 말하곤 한다. '참사랑그릇'이라고. 국수 맛은 물론 제주의 넉넉한 인심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 상에서도 입소문이 퍼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 취재 차 찾은 날에도 이른 아침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식당 안은 관광객들로 꽉 차 몇몇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을 꾸려온 지 어느덧 14년이 된 올래국수 사장 김경돈(61)씨는 그 경력이 여느 곳과 달리 다소 특이하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76년, 당시 27살이던 그는 경찰공무원이 돼 성산지서(현 성산파출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서울에서 일반회사에 다니던 그는 고향에서 일을 하고 싶어 제주로 다시 돌아와 경찰이 됐다. 이후 그는 박정희 대통령 서거 당시부터 지방청과 제주경찰서(당시) 등에서 22년 동안 '정보통'으로 활약했다. "당시엔 하루가 멀다하고 학생 집회가 발생해 그와 관련된 첩보활동을 하는 게 주된 업무였죠."

20여년 동안 정보과에서 근무하던 그는 지금의 든든한 사업 파트너이자 평생 반려자를 만나게 되는데, 지방청 정보과에서 근무(일반직)하던 정운자씨를 만나 사내 결혼을 하게 된다. 경찰과 인연이 얼마나 깊었던지 장인 또한 경찰 출신으로, 경감 퇴직 직후 2대 구좌읍장을 지냈단다. 특히 김씨의 딸(31)도 경찰에 입문, 현재 경기지방경찰청 일선경찰서(교통조사계)에서 부친의 뜻을 이어가고 있다. "유난히 제복을 좋아하던 딸이 결국 제 뒤를 잇더라고요."

1998년 12월 뜻하지 않게 경찰을 그만두게 된 그는 아내와 국수식당을 운영하게 되는데, 관련 업종에 문외한이던 김씨는 한동안 '서빙'만 담당했다. 이후 아내에게서 요리법을 배운 그는 지금은 고기국수 만큼은 직접 만들어 손님들에게 솜씨를 뽐내고 있다. 매일 오전 6시30분부터 고기를 삶고, 사골육수를 우려내는 등 손님들에게 좋은 재료로 '참사랑그릇'을 제공하고 있다.

"경찰을 그만두고 난 후 5~6년 동안은 현직 시절 겪었던 경찰 업무가 꿈에서도 나타나더라고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많이 아쉬웠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다른 식당과 맛이 다르다'는 말을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답니다." 친절을 베풀면 손님은 저절로 찾아온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단다. "손님이 뭘 찾기 전에 미리 챙겨라."

그런 그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한번 경찰에 다시 발을 내딛고 싶다고 했다. 어떤 자리에서든 당당히 '경찰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얘기한다는 그의 양 손엔 오늘도 싱싱하고 좋은 재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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