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찬 맛집을 찾아서](40)서귀포 아랑조을거리 '천지한우촌'

[당찬 맛집을 찾아서](40)서귀포 아랑조을거리 '천지한우촌'
'찰떡궁합' 부부가 만드는 한우사랑 이야기
  • 입력 : 2012. 11.30(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우 모듬접시에는 등심, 살치살, 갈비가 가득하다 /사진=이현숙기자

고품질 1등급 제주 한우만 고집
맛으로 소비자들 입맛 사로잡아

불고기·구이·전골 등 어떻게 조리해 먹더라도 단연 으뜸가는 맛을 자랑하는 것이 한우지만 서민들에게는 '큰 맘'을 요구하는 음식이다. 특별히 마음먹고 한우를 먹으려고 할때면 또다시 드는 고민은 '어디를 가야 좋은 제주산 한우를 먹을 수 있지?'이다.

서귀포시 천지동 '아랑조을거리'에 가면 믿고 한우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천지한우촌'이 그곳이다. '아랑조을거리'는 서귀포의 대표적 맛집거리로 '알아두면 좋은 거리'를 뜻한다.

이 곳은 박경주(38)·강윤실(34) 부부가 2006년에 문을 연 한우전문점.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미 서귀포에서는 '맛있는 한우를 제대로 맛보려면 이곳에 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곳이다. 그래선지 저녁시간에는 빈 자리를 찾기 힘들다. 이 곳이 맛을 아는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제주산 한우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곳이어서 입소문이 나고, 그 소문을 듣고 한 번 찾았다가 단골이 된 관광객도 적지 않다.

남편 박씨는 '고기'와 인연이 깊다. 그의 부친이 30년 넘게 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고기를 제대로 볼 줄 안다. 그것이 아무 것이나 올릴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제주산 한우 1등급 이상(1+, 1++)만 사용한다. '마진은 줄이고 좋은 고기를 손님에게 제공하자'는 것이 이들 부부의 소신이다. 절대 냉동고기는 올리지 않는다. 아내 강씨는 특급호텔을 다니다가 박씨와 결혼하면서 식당업에 뛰어들었다. 고기의 질을 남편 박씨가 책임진다면 서비스와 친절한 손님맞이는 아내 강씨의 몫이다.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이 곳에서는 정갈한 밑반찬도 매일 함께 만들고 배추김치는 썰지 않고 길다란 접시에 올려나온다. 강씨는 "김치를 직접 담근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썰지 않고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부는 1년에 50일 정도 고깃값을 20% 할인해주는 행사를 연다. 강씨는 "그 기간엔 고기에서는 전혀 마진이 없다고 봐야죠. 하지만 별 의미없는 기념 선물을 주는 것보다는 고기의 맛을 한사람에게라도 더 보여주자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상에 고기가 올려지기 전에 나오는 생간·천엽·소골·등골 등과 얇게 저민 소고기를 살포시 얹은 초밥은 손님들을 이곳으로 이끄는 요인이다. 박씨는 "고기가 싱싱하지 않으면 초밥으로 내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한우초밥으로 입맛을 돋우고 나면 모듬접시가 나온다. 순간 상차림이 꽃을 피운 듯 화려해졌다. 등심, 살치살, 갈비 등이 풍성하다. 등심은 마치 붉은 살코기 사이사이에 하얀 눈꽃이 피어 있는 것 같다. 입 안을 적시는 육즙과 특유의 진한 풍미로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등심을 소금장에 살짝 찍어먹으면 그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두루 맛볼 수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한우의 깊은 맛을 그대로 만끽하려면 숯불구이가 제격이다. 한우를 불 판에 올려 육즙이 빠지지 않도록 잘 구운 다음, 싱싱한 상추와 깻잎에 싸서 입 안 가득 넣으면 부드럽게 살살 녹는 듯한 그 맛에 남녀노소가 반해버리기에 충분하다. 한우만을 취급하는 곳답게 육즙이 풍성하고 풍미가 짙다. 부드러움은 물론 고소함까지 입맛을 사로잡는다.

점심메뉴로는 사골갈비탕과 육회돌솥비빔밥이 인기다. 사골갈비탕은 뽀얀 국물에 갈비살이 듬뿍 들어가고 육회가 푸짐하게 올려진 돝솥비빔밥은 뜨끈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

뚝심이 느껴지는 순한 인상의 남편과 생글생글 웃음이 끊이지 않는 아내의 '한우사랑'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박씨는 "돈만 벌겠다는 욕심을 부리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정직하게 식당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우모듬 대 7만원, 소 6만원. 등심 3만원, 한우사골갈비탕 6000원, 육회돌솥비빔밥 7000원. 733-9289.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52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