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제주에 둥지 튼 음악인 한준철씨

[만나고 싶었습니다]제주에 둥지 튼 음악인 한준철씨
"제주사람과 문화적 만남에 푹 빠졌어요"
  • 입력 : 2012. 12.14(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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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둥지를 튼 한준철씨가 음악을 즐기는 연주자들을 모아 아마추어 밴드를 만들고 싶다는 뜻을 털어놨다. 이현숙기자

젊은시절 '신중현과 뮤직파워'로 활동
실력 있는 아마추어 밴드 만들고 싶어

지난 11일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 게스트하우스 '돌담에 꽃 머무는 집'에서 조촐하지만 따뜻한 송년음악회가 열렸다. 마을주민들과 여행자, 제주가 좋아 무작정 둥지를 튼 이들이 소통하는 음악회였다. 무대·객석을 채운 이들 모두 마라도 등대를 바라보면서 한해를 정리했고 미얀마 어린이돕기를 위한 기부행사도 겸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날 연주를 펼친 이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색소폰 선율을 선사한 한준철(59)씨도 올해 3월 갑자기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지금 제주사람들과의 문화적 만남에 푹 빠져있다.

"작년 겨울 제주에 내려온 친구가 오라고 해서 2박3일 일정으로 놀러왔어요. 그것이 30년만에 다시찾은 제주였어요. 여행을 마치고 올라가면서 봄에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고 봄에 혼자 내려와 차를 타고 중문해안도로를 달리면서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내려와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교회에서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고 있어 일을 그만두고 제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핑계가 필요했죠. 결국 '실력을 갖춘 아마추어 밴드'를 만들겠다는 핑계를 대고 짐을 싸고 내려왔어요.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이를 결심하는 계기가 됐지만요."

그는 '신중현과 뮤직파워'로 활동했던 음악인이다. '아름다운 강산'이 담긴 '신중현과 뮤직파워'앨범에는 테너 색소폰 주자로 그의 이름이 올려져 있다. 그가 기억하는 신중현은 아이같은 동심을 가진 사람이다. "'아름다운 강산'을 함께 작업했는데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로 시작하죠. '미인'은 '한번보고 두번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인 것을 보면 가사가 참 순수하죠? 당시에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멋진 가사들 입니다."

신중현과 함께 활동했지만 클럽 공연이 많다보니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결혼할 때가 되자 직업으로 '음악'은 안되겠다 싶었고 결국 음악활동 대신 각종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 "특급호텔이 자꾸 생기니까 호텔 행사 전문가가 필요했던 시점이었죠. 그래서 대기업 창립행사, 정부 주최 외국인 참석 행사를 기획·진행했죠. 그러면서도 아마추어 밴드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진행한 행사는 2000회가 넘는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올림픽 관련 행사와 미스코리아선발대회 등 굵직한 행사에도 참여했다. 최근 각광받는 'MICE 산업'의 초창기였던 셈이다. 그러던 그가 1992년 4월 신문에 전면광고를 냈다. 자신이 단장·지휘를 맡을 '코리안 팝스 오케스트라'를 탄생시키기 위해 단원을 모집하는 광고였다. 특히 수출을 도맡은 제조업체를 찾아가 무료 자선공연을 펼쳐주겠다는 내용은 당시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요즘 그는 서귀포에서 시니어밴드를 지도하고 아마추어 밴드 구성에 뜻을 같이할 이들을 만나고 있다. 얼마전에는 가정폭력 피해여성 쉼터에서 작은 음악회를 갖기도 했다. 그는 전혀 연고가 없는 제주에서 우연히 음악을 즐기는 이들을 만나게 되고 연결고리가 되면서 막연한 그림을 조금씩 그려가고 있다.

"전문연주자들과는 원없이 활동해 봤기때문에 음악을 즐기는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모아 실력을 업그레이드시키고 밴드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들이 제주의 독특한 색깔을 내고 문화관광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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