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학교앞 교통정리 봉사 김승만씨

[만나고 싶었습니다]학교앞 교통정리 봉사 김승만씨
"어린이 안전한 등굣길 돕는 일 즐거워"
  • 입력 : 2012. 12.21(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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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돕는 일이 즐겁다는 김승만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할 생각이라고 말한다. 강경민기자

인화초 앞에서 매일 오전 교통정리
아이들 바삐 뛰어다녀 긴장의 연속
스쿨존에선 차량속도 줄여줬으면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교가 한창인 아침시간. 제주시 일도2동 인화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는 호루라기를 불고 경광봉을 흔들며 분주히 몸을 움직이는 김승만(62)씨를 만날 수 있다.

그가 학교 앞에서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위해 교통정리에 나서는 것은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40분까지 1시간 정도다. 신호등이 설치된 편도 3차로의 동광로를 건넌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서려면 다시 신호등 없는 북쪽 횡단보도를 한 번 더 건너야 한다. 이 횡단보도는 자동차로 아이들을 등교시키기 위해 학교방향으로 진입하거나 반대로 빠져나가는 차량들이 많아 아이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곳이다.

이 곳에선 평소 학교 녹색어머니회 등에서 교통정리를 하지만 기자가 찾은 날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김씨 혼자서 교통정리중이었다.

용담동에 산다는 그가 거리가 꽤 먼 인화초등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이유가 먼저 궁금했다. "특별한 이유랄 것까지는 없다. 일도2동에서 10년 넘게 식당을 운영중인데,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교통정리가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는 자동차회사에 다닐 때부터 시작해 20여년간 대한적십자사봉사회 활동을 하면서 일상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싶었다는 그의 생각과도 맞닿아 있다.

저학년 아이들은 도로를 건널 때도 주변을 찬찬히 살피기보다는 뛰어다니기 바빠 교통정리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그렇게 1시간여의 등교시간이 마무리되면 "오늘도 무사히 끝났구나" 하고 비로소 긴장을 내려놓지만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김씨.

8시 30분을 넘기자 등교하는 아이들의 발길도 뚝 끊기고, 차량들로 혼잡하던 도로도 한결 한산해졌다. 아이들을 위한 그의 아침 봉사는 그렇게 마무리된다.

3월부터 시작한 교통정리도 어느덧 10개월째로 접어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등교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그는 아이들의 안전한 등굣길을 돕고파 시작한 일이지만 오히려 얻는 게 더 많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을 매일처럼 만나다 보니 절로 젊어지는 기분이다. 매일 아침 집에서 학교까지 30분 남짓을 걸어다니면서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졌다."

이 뿐만이 아니다. "좁은 지역에서 얼굴이 알려지다 보니 학부모들이 우리 식당을 일부러 찾아주시기도 해 단골도 늘어난 것 같다"며 웃는다.

그는 스쿨존에서는 차량 운전자들이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해 속도를 줄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늘 걱정이다. 학교 학사일정을 꿰고, 어쩌다 서울 등 다른지방에 볼 일이 있어 교통정리를 빠지게 되면 학교 교통지도담당 교사에게 전화로 알리는 일도 빼뜨리지 않는다.

인화초등학교는 오는 24일 방학식을 시작으로 한달여간의 겨울방학에 들어간다. 그도 잠시 교통정리를 쉬고 내년 개학과 함께 다시 아이들과 만나게 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손자 손녀같은 아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돕는 일이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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