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브라질 출신 세계적 무용가 자이메씨

[제주愛 빠지다]브라질 출신 세계적 무용가 자이메씨
"아내의 고향에서 발레의 씨앗 키워요"
  • 입력 : 2013. 02.15(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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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 서귀포에 둥지를 튼 세계적 무용가인 자이메 페르난데스 드 올리비에라씨. 이현숙기자

3년전 '볼쇼이 무용 아르떼' 창단
공연활동에다 남미댄스 등 가르쳐
"문화예술 즐기는 사람들 많았으면"

브라질 출신으로 26년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발레를 하면서 '스타'로 살았던 남자가 있다. 4년전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 서귀포에 둥지를 튼 자이메 페르난데스 드 올리비에라(53)씨.

그는 지난 2002년 이탈리아에서 아내 김경희(39)씨를 처음 만났고 사랑에 빠졌다. 김씨는 대학원 졸업 후 이탈리아에 여행갔다가 라틴댄스를 배우게 됐고 그 스승이 바로 남편인 자이메이다. 결국 3년 후 이들은 이탈리아에서 다시 만났고 언어적 문제, 14년이라는 나이차,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평생 짝꿍'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아내의 고향 서귀포에서 청소년들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용을 가르치고 나눔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자이메의 스승 '페드로 단타스 로드리게스'는 140여개국 무대에 서는 세계적 무용가였다. 자이메에 대해 스승은 '발레를 해야만 하는 재능과 끼와 신체조건을 가진 제자'라고 말했다. 실제 세계 최대 무용페스티벌인 죠인빌국제무용페스티벌에서 2년 연속 '솔로' '파드되'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쌍둥이 동생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으면서 깊은 상심에 빠지고 만다.

지난 2002년에는 제주와 세계 각지를 오가면서 활동하던 부부는 2010년 아예 제주에 터를 잡았다. 당시 서귀포시가 '문화예술의 도시'를 표방한 것도 계기가 됐다. 지금 그는 화려한 생활 대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재능을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된 어린이들과 사람들에게 함께 나누고 베풀 수 있는 것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 3년전부터 서귀포에서 '볼쇼이 무용 아르떼'를 창단해 공연활동도 하고 발레와 남미댄스도 가르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명인으로서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했던 자이메는 2008년 고향 브라질로 가게 된다. 브라질에서는 오히려 라틴댄스를 하는 동양의 여인 아내 김씨가 오히려 유명해졌다. 아내는 동양인으로는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남미 무용을 지도하고 로마와 브라질 대사관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꿈'에 대해 얘기하게 된다. 자이메는 개인사생활이 존중받을 수 있고 무용의 씨앗을 심을 수 있고 바다와 산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그런 곳이 바로 고향 서귀포'라고 했고 결국 서귀포로 오게 된 것이다. 지금 이들은 한라산과 바다가 잘 보이는 남원읍 위미리에 살고 있다.

자이메는 "제주는 바다와 오름 등 자연이 이루어내는 선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힘든 점도 적지 않다.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이메에게 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서귀포 사람들은 때론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를 힘들게 했던 아내의 가족들도 이젠 든든한 응원군이 됐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의 변화'에 희망을 보인다.

그는 "아내는 처음으로 만난 다소곳하고 여성스런 '동양여인'이었고 제주의 여성들은 모두 그런 줄 알았다"며 "제주여인이 생활력이 강한 것은 좋지만 너무 악착같이 힘들고 바쁘게 일하면서 문화예술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무료 공연에 초대해도 오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참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나눔에도 적극적이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인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한명이라도 진심으로 발레를 배우러 오는 아이들이 있으면 가르칠 겁니다. 그 씨앗이 나중에 예술을 통해 인성교육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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