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共存]2.노루(2)개체수

[인간과 자연의 共存]2.노루(2)개체수
제주 해발 600m 이하에 1만7756마리 노루가 산다는데…
  • 입력 : 2013. 02.18(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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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입은 제주시 한림읍 중산간 지역 오름 자락 아래 양배추밭. 고대로기자

지난 2년새 개체수 2배 이상 증가… 신뢰성 의문
한림·애월 중산간 일대 초지와 농경지 관찰 전무
노루·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현장 곳곳서 발견

제주특별자치도 해발고도 600m이하에 서식하고 있는 노루 개체수는 1만7756마리로 나타났다.

▶노루실태조사 어떻게=제주대학교 오홍식 교수팀이 제주자치도 중산간 지역(200~600m)에 서식하고 있는 노루개체수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1년 5월부터 12월까지 고도별 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밀도가 높은 지역은 해발 501~600m 지역으로 3504마리가 관찰됐다. 이어 401~500m 지역 4244마리, 301~400m 지역 4442마리, 0~200m 지역 3188마리 등 총 1만7756마리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지난 2009년 제주자치도환경자원연구원이 해발 601~800m지역과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을 포함해 노루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총 1만2881개체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를 볼 때 지난 2년 사이에 4875개체가 증가했다고 할 수 있으나 지난 2009년 조사당시 해발 601~800m지역과 한라산 국립공원 지역까지 포함한 것을 감안할 경우 불과 2년사이 2배 이상 노루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두차례의 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노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단정을 짓기는 어렵고 유해동물로 지정하는 것은 더더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취재기자가 지난 16일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7시간 동안 제주시 한림· 애월읍 중산간 일대 초지와 농경지 주변을 돌면서 노루를 관찰한 결과 한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노루와 꿩으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확인할 수 있었다.

금악리의 한 지역주민은 "노루가 야행성 동물이기 때문에 낮에는 보기가 어렵다"며 "노루가 2년 사이에 크게 증가한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가족단위로 이동하는 노루의 모습은 가끔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천평에 이르는 밭 주변을 둘러싸도록 그물을 치는 것은 돈이 없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기 전에 농작물 피해를 예방할수 있는 지원과 피해보상을 위한 예산을 늘려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011년 접수된 도내 농작물 피해규모는 275농가 13억6200만원이었지만 실제 피해보상금으로 지급된 금액은 3억9000만원에 그쳤다. 농작물 피해규모에 비해 보상은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꿩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양배추.

▶농작물 피해= 제주대학교 오홍식 교수팀의 조사결과 노루에 의한 농작물피해는 작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작물 피해가 심각한 밭작물은 콩, 고구마, 팥, 배추, 무, 참깨, 메밀, 더덕, 딸기, 브로콜리, 양배추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감귤이나 키위 등 과실수와 산딸나무, 벚나무 등의 관상수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노루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서식지 파괴를 꼽고 있다.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김완병 박사는 "노루가 서식하고 있던 한라산 중산간 일대에 골프장과 대규모 리조트 단지 등이 들어서고 큰 면적의 농지개간이 이뤄지면서 노루의 서식환경이 사라졌다"며 "먹이 감소와 서식환경 변화 등으로 경쟁에서 밀려난 노루 개체군은 먹이를 찾아 인간 활동이 잦은 저지대까지 내려오고 있는데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중산간 지역의 노루서식지 보전을 위한 정책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양배추 밭에 그물이 설치되어 있다.

▶노루의 운명=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제주의 상징인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을 이달 임시회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다.

이번 조례안이 이달 임시회를 통과할 경우 노루는 총기와 올무를 사용해서 포획이 가능해진다. 지난 1980년대 말 보호동물에서 유해동물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는 것이다.

노루에 의한 도내 농민들의 농작물 피해 호소에는 공감을 하지만 유해조수로 지정하기 이전에 인간의 이기로 사라지고 있는 노루 서식지 파괴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또한 2년 사이에 개체수가 100% 가까이 증가한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노루에 대한 생태연구와 연도별 개체수 변화상 등에 대한 정밀조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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