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확충없이 따뜻한 기후에만 의존

경기장 확충없이 따뜻한 기후에만 의존
[데스크 진단]제주 동계전지훈련 허와 실
  • 입력 : 2013. 02.22(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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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훈련을 위해 제주를 찾는 선수단 규모가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지방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전지훈련 메카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사진은 21일 제주시 외도축구장에서 열린 제14회 탐라기 전국 중학 축구대회. 강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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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내 곳곳의 경기장에는 연신 뿜어져 나오는 선수들의 뜨거운 입김으로 열기가 가득하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각 종목별로 동계전지훈련이 한창이다. 지난 19일 갑작스런 눈날씨로 인해 일부 종목의 경기가 순연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제주지역은 그야말로 동계전지훈련의 천국인 셈이다. 꽁꽁 언 땅에서 할 수 없는 훈련을 제주에서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제주를 '동계전지훈련의 메카'로 스스럼없이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러하지 못하다. 전지훈련을 위해 찾는 선수단 규모가 제자리걸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목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남해안 지방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전지훈련 메카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전지훈련 유치=전지훈련의 메카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제주시는 부서별로 전지훈련 팀과 자매결연을 통해 지원노력과 함께 애로사항 청취를 병행하고 있다. 전지훈련장 무료 사용, 동일 종목팀간의 연습경기와 합동훈련을 유치해 훈련을 극대화하고 있다. 관내 목욕업소의 협조를 얻어 최고 43%까지 할인 혜택도 주고 있다. 복싱 국가대표팀을 위해 전용 연습장과 차량도 지원해줬다.

서귀포시도 공항과 숙소간 수송차량을 제공하고, 목욕탕·병원·극장 등과 할인 업소를 연계하는가 하면 여가 활용 차원에서 직영관광지 무료 입장 혜택도 부여하고 있다. 전지훈련장 재활 캠프을 운영하고 무료 진료행사와 특산품 지원 등도 실시하고 있다. 설문조사, 감사 서한문 발송, 전지훈련 팀의 전국대회 입상시 축전 발송 등 사후관리로 전지훈련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전지훈련 유치실적은 정체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인 경우 지난해 11월 부터 이달 20일까지 1400개팀 1만8400여명의 전지훈련을 했거나 하는 중이다. 전년 801개팀 1만8000여명에 비해 다소 증가한 수치다. 축구, 야구 등 인기종목을 중심으로 큰 폭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동계전지훈련의 원조격인 서귀포시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2005년 부터 1000개팀을 초과한 이후 3만명 안팎의 선수단이 찾고 있다. 지난해 부터 올들어 현재까지도 1173개팀 2만8000여명이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목표치에 85%를 달성했다.

▶성과와 과제=제주특별자치도는 2000년대 들어 스포츠산업을 21세기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나름대로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에 따른 성과도 있었다.

전지훈련 팀들이 몰리면서 관련 업계는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부 업소는 수년 전부터 특정 팀과 친분을 맺고 해당 팀을 유치하는가하면 숙박업소와 식당이 연계해 영업에 나서는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 비수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전지훈련으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 효과는 올해 68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은 팀들이 몰려들면서 종목별로 경기력 향상을 꾀하고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도 보고 있다.

그렇지만 의욕만 앞서고 시설투자는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름뿐인 '메카'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84년 전국소년체육대회 개최에 따른 시설 투자 이후 경기장 신설은 거의 없고 대부분 보수공사로 연명해오고 있다. 따라서 전지훈련을 유치하고 싶어도 못하는게 현재 제주의 형편이다.

스포츠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예산이 없다는게 제주특별자치도의 변명이다. 내년 제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도 어렵사리 마련한 예산으로 보수 위주의 시설확충에 만족해야 했다. 결국 '제주=전지훈련의 메카'는 경기장 없이 오로지 기후에만 의존하는 원시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포츠 관련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꼬집었다. "스포츠에 대한 도정의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 이상 스포츠산업 효과의 극대화는 기대할 수 없다. 과거처럼 있는 시설에 수용가능한 인원만 받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으로는 어렵다"고.

/조상윤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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