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환경 개선사업 제역할 하나

보행환경 개선사업 제역할 하나
[데스크 진단]서귀포시 중정로 이젠 달라지나
  • 입력 : 2013. 05.17(금) 00:00
  • 한국현 기자 khha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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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중정로 보행환경 개선사업 전 모습(사진 맨 위)과 개선 후 모습(사진 아래). 포켓차로를 설치하고 가로수를 정비하는 등 개선사업을 진행한 중정로가 사람중심의 명품거리로 조성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중요하다. 사진=한라일보 DB

도로확장 계획 찬·반 논란 속 26년만에 폐지
포켓차로 설치·가로수 정비 등 대변신 시도
'사람중심 상권' 명품거리 조성은 시민들 몫

서귀포시 중심 상권인 중정로가 보행환경 개선사업으로 대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차량통행이 불편한 중정로의 도로구조를 개선하고 가로수 일부를 잘라내 시각적으로 시원한 모습을 연출했다. 또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을 위한 CCTV도 설치했다. 중정로는 불법 주·정차 민원이 끊이지 않는 도로다. 시는 중정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사람중심 상권'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사람이 보행하기 편리하고 차량소통이 원활한 도로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중정로는 어떤 도로=중정로는 서귀포시 원도심 한복판을 관통하는 도로다. 연장이 불과 600m 밖에 안되지만 금융기관과 병·의원, 상가 등이 밀집해 있으면서 사람과 차량 통행이 많은 도로다. 중정로에서 영업하는 점포만도 200여곳에 이른다. 시는 그동안 중정로의 차량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사전 예고 없는 불법 주·정차 차량 단속을 실시했지만 효과는 보지 못했다.

단속할때만 반짝할 뿐 단속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로 양쪽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점령하곤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운전자는 중정로를 피해 다른 도로를 이용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시는 대안으로 차없는 도로, 일방통행 도로 등을 검토했으나 주변 상가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중정로 확장도 계획했다. 도로를 넓히면 사정이 나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시는 1986년 5월 서귀포시 도시관리계획을 재정비하면서 중정로 확장을 결정했다. 사업비 510억원을 들여 폭 15m인 도로를 25m로 확장하는 것이 내용이다. 하지만 중정로 확장계획은 재원조달 문제로 26년 가까이 방치되면서 시 지역의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도시관리계획 도로로 묶이다 보니 중정로 주민들은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을 못하는 등 재산권 행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재산권 행사 제약은 상권침체의 한 원인이 됐고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확장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첨예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중정로 확장 논란'은 시장이 바뀔때마다 재점화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중정로 문제 해법 찾기=시는 지역 최대 현안인 중정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년 3월 도로 확장 찬성·반대측 토지 소유자와 주민대표, 각계 전문가, 공무원 등 15명으로 중정로 활성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를 구성했다. 도로 확장사업 추진여부와 활성화 방안 등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합리적인 의견으로 도출하기 위해서다. 추진위는 14회에 걸친 회의와 선진지 견학 등을 통해 중정로 문제는 중정로에만 국한되는 것이라 원(原)도심 전체에 파급효과를 미치는 사안인 만큼 도로확장 계획을 폐지하고 중장기 종합발전계획을 수립, 체계적으로 활성화사업을 추진할 것을 제시했다.

추진위는 재원조달이 어려워 도로를 확장하지 못하거나, 확장을 한다해도 영업비 보상 문제 등으로 사업이 장기화될 경우 상권침체는 물론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을 더욱 제약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도로 확장이 중정로 활성화의 전제가 아니라는 전문가 위원들의 공통된 입장을 토대로 종합의견을 시에 제출했다. 마침내 시는 지난해 3월 추진위가 제출한 종합의견을 받아들여 한달 후인 4월20일 중정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에 착수했다.

중정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은 동문로터리에서 수협사거리 구간에 21억8100만원을 들여 차도와 보행 환경을 정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시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설명회와 상가번영회와의 간담회, 설문조사 등을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중정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은 지난달 19일 마무리됐다. 도로에는 포켓차로(차량이 잠시 정차할 수 있는 공간) 9개소와 버스승차대 2개소를 마련했으며 태양광 경계석 조명시설 551개, LED가로등 26개도 설치했다. 가로수를 정비하고 야간경관 조명시설도 갖추었다.

이와 함께 불법 주·정차 단속을 위해 교차로 3곳에 회전식 CCTV를 설치, 지난 1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단속시간은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이며 정차 가능시간은 10분이다. 10분을 초과하게 되면 단속이 이뤄진다.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점심시간을 전후한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까지는 단속을 유예한다.

중정로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성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도 시민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없는 사람 중심의 상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기초질서를 지키는 당연한 노력이 필요하다. 중정로 보행환경을 개선한 것은 행정이지만 명품 거리로 조성하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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