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겪고 있듯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위기 상황은 일상이나 다름없다. 경제발전이 이뤄져도 '선제적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삶과 일자리가 위협받고, 실제 경제위기가 닥치면 대규모 구조조정이 기다린다. 위기가 아닌 시기에는 대비해야 하고, 위기인 시기에는 위기에 대처해야 하는 상시적 비상 상황에서 개인은 극도의 피로감을 맛보게 된다. 그 피로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분노감으로 표출됐으며, 반대급부적으로 대안적 삶에 대한 기대감으로 뻗어나갔다. 그 중심에 협동조합이 있다.
협동조합의 힘은 위기의 시대에 더욱 빛난다. 월스트리트가 휘청거릴 때 수많은 주식회사들이 함께 위기에 처했지만 협동조합들은 안정적이고 견고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결국 상황이 어려워져도 인력 감축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일자리를 늘리거나 나눴다.'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는 무엇이 협동조합과 주식회사 간의 이런 차이를 만들어냈는지, 협동조합의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한국에서도 협동조합이 가능한지를 알려준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탐욕을 견제할 대안으로 떠오는 협동조합의 가능성을 한국 현실에서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내에서도 AP통신과 FC바르셀로나, 썬키스트, 이탈리아 볼로냐 등 외국의 성공적인 협동조합들의 사례는 여러 차례 조명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협동조합을 세밀히 들여다본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말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되면서 협동조합이라는 기업 형태로 대안적 길을 찾는 이들을 위해 성공적인 협동조합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쿱 생활협동조합을 다루고 있다.
한국 '생활협동조합 1세대'인 신성식은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협동조합에서 일했다. 영세한 규모의 생협에서 시작해 지금은 조합원 17만여 명, 연매출 3450억 원에 이르는 한국의 대표적인 생활협동조합인 iCOOP생협 생산법인의 경영대표를 맡고 있다. 노동운동 중 우연히 '농촌을 살리는 모임' 회원들과 쌀 직거래를 경험한 그는 부평생협을 만들고 생협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1997년 파산 위기에 직면했지만 여섯 개의 영세 지역생협의 생존을 위한 생협연대(현 iCOOP생협) 창립에 참여했으며, 조합비제도와 유통 혁신 등을 성공시키며 협동조합 모델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그가 시사IN의 차형석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을 들려준다. 알마.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