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共存]6.까치-(하)포획작업 현장을 가다

[인간과 자연의 共存]6.까치-(하)포획작업 현장을 가다
유해조수 까치 포획·둥지 해체비용 현실화 절실
  • 입력 : 2013. 05.06(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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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조수로 지정된 까치의 포획작업이 도내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까치 포획·둥지해체비 등 보상비가 현실적이지 못해 퇴치업무를 맡고 있는 이들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작업을 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하루 10만원 지출 불구 보상비는 5만2000원
퇴치 작업 중 다치면 치료비 자부담 해야


지난달 26일 오전 11시쯤 4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제주시 한림읍 중산간 마을인 금악리 일대를 돌던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시지회 고혁수(45)씨는 잠시 자동차를 멈추었다.

중산간 도로를 따라 다니다가 밭에 앉아 있는 까치 2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까치는 쌀과 보리, 콩, 감자 등을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이다.

고 씨는 엽총을 들고 조심스레 차 밖으로 나갔다. 까치는 20여미터 앞에서 땅에 있는 벌레를 잡아 먹고 있다.

고 씨는 까치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하는 소리와 함께 까치가 쓰러졌다. 옆에서 있던 다른 까치가 재빠르게 날아가자 다시 재빨리 겨냥했지만, 잡은데는 실패했다.

밭으로 들어가 까치를 수거한 고 씨는 다시 회원들과 차를 타고 까치를 찾아 이동을 했다.

차를 타고 10여분동안 이동하던중 전기줄에 앉아 있는 까치를 발견했다. 전기줄 피복이 벗겨지는 것을 우려해 동료 엽사가 먼저 공포용으로 한발을 발사했다. 이어 날아가는 까치를 향해 고씨가 발사하자 까치가 땅으로 떨어졌다.

이어 고씨 일행은 이동을 하다가 소나무위에 있는 까치 둥지를 발견했다. 둥지는 6미터 높이의 나무위에 있고 나무밑에 가시덤불이 우거져 있어 직접 올라가 둥지를 해체하기는 불가능했다. 고가사다리차나 장대를 동원하면 가능하지만 이런 장비를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들은 이에 따라 엽총으로 둥지를 해체하기로 했다. 둥지 해체 들어간 총알은 20여발이다. 산탄총알 한발은 1000원. 까치 둥지 하나를 해체하기 위해 2만여원이 들어간다. 둥지 1개 제거 보상비 1만 5000원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 간 것이다.

▲지난 1989년 일간스포츠사가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제주에 까치를 방사했다. 이후 까치가 왕성하게 번식하면서 농작물 등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도야생생물관리협회 고혁수회원이 포획한 까치를 들어보이고 있다(사진 오른쪽).

고씨는 "둥지를 제거하기 위해 나무위에 오르다가 떨어져 다칠 경우 보상비도 없고 장대는 무거워서 하루종일 들고 다닐 수 없다. 그리고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에 고가사다리차도 불가능하다"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총으로 해체하는 방법이 가장 수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이 까치퇴치에 열을 올리는 것은 농민들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주민 양종성씨는 "양배추는 꿩과 노루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까치까지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다"며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워보고 줄에 깡통을 메달아 흔들어 봐도 효과가 없다"며 "몇일전 밭에 있는 까치 둥지를 없애버렸지만 다시 둥지를 만들고 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농민들을 위해 고생하는 이들은 총소리에 놀란 주민들의 항의도 감내해야 한다.

고 씨는 "까치를 쏘는 총소리에 놀란 주민들이 가끔 항의를 한다"며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그럴때에는 고개를 숙이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턱없이 낮은 까치 포획 보상비이다.

이들은 이날 하루동안 까치 10마리를 잡는데 평균 20발을 쏘았다. 총알값으로만 2만원이 들어 갔다. 까치둥지 해체에 사용한 총알값 2만여원.

유류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중산간 도로를 따라 저속으로 이동하는 까닭에 유류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고 씨는 이날 아침에 4만원어치를 주유했으나 100킬로를 돌아다면서 거의 다 소진했다.

결국 고씨는 이날 하루동안 점심값을 포함해 10만원 이상을 지출했으나 보상비는 5만 2000원(까치 10마리 포획비 3만 7000원. 까치둥지 해체비 1만 5000원)이다.

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것에 대한 보상은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유지비만은 지원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시지회는 지난 2월 제주시와 까치 포획계약을 맺고 오는 8월까지 6개월 동안 대대적인 까치 포획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현장의 소리/황태수 제주도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시지회장]
"까치 퇴치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 필요"


"감귤과 감, 밭작물에 피해를 주고 있는 까치를 소탕하기 위해서는 농협과 축협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제주시와 제주도의 지원만으로 소탕이 불가능합니다."

황태수 제주특별자치도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시지회장 지난 26일 "까치가 민가와 축산시설에 둥지를 틀면서 까치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같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농·축협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하고, 까치를 제주로 가져온 아시나 항공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까치는 6월에서 9월말까지는 그늘속에 산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까치가 그늘속으로 숨어버려 점점 포획이 어려워 지고 있다"며 "현재 암컷들은 알을 품고 있어 날아다니지 않고 날아다니는 놈들은 수컷들이다. 그래서 요즘은 한마리 잡기도 힘들다"면서"요즘 콩이 나오고 있는데 까치가 다 버리고 있다. 이 시기에는 한 사람이 10마리를 잡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황 지회장은 "요즘은 축사나 민가에 둥지를 틀고 있어 총으로 포획하려고 해도 안전법상 총기를 사용할 수 없다. 축산을 하시는 분들이 연락이 와서 현장에 가서 총기를 사용하면 망아지가 놀라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한다.

또 "차량을 이용해 하루에 평균 80~120킬로미터를 이동하는데 10마리를 잡기도 힘들다. 10마리를 잡아야 3만7000원이다. 이런 지원에도 까치포획에 나서는 것은 회원들에게 봉사정신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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