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제주살이 2년째 박종순·오영숙 부부

[제주愛 빠지다]제주살이 2년째 박종순·오영숙 부부
"일기쓴 적도 없는데 귀농 길라잡이 냈어요"
  • 입력 : 2013. 05.10(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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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고 떠나려던 제주에 완전히 둥지를 튼 박종순 오영숙 부부가 '희망감귤체험농장'에 심어진 감귤나무의 꽃을 함께 바라보며 활짝 웃고 있다. 이현숙기자

"일기쓴 적 없는데 귀농·귀촌 길라잡이 냈어요"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 펴내
"후배들이 쉽게 포기 않도록 도움 됐으면"

누구나처럼 은퇴를 했고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일손이 부족한 처가를 잠시 도와주러 온 60대 남자가 있다. 2년 정도 머물려고 했던 그는 결국 제주에서 또 다시 '꿈'과 '희망'을 만난다. 일기조차 써본 적 없던 그는 귀농일기를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결국 제주를 찾는 후배 귀농·귀촌인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길라잡이까지 내고 말았다. 바로 최근 '꿈과 희망이 있는 서귀포로 오세요'를 펴낸 박종순(60)씨의 이야기다.

진한 감귤꽃 향기가 퍼지던 지난 8일 그가 제주에서 일군 '희망감귤체험농장'에서 박씨와 아내 오영숙(56)씨를 만났다.

"2년만 살다가 서울로 돌아갈 생각이었죠. 그런데 마침 서귀포시에서 하는 귀농·귀촌교육이 있더군요. 그걸 받다가 제주에 아예 정착하기로 마음먹었고, 귀농 후배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글을 쓰게 됐죠."

잠시 머물 것으로 여겼던 제주에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중 하나는 우연히 찾아왔다. 추운 겨울 새벽 일을 하기 위해 몸을 실었던 버스가 위미리를 조금 지날때 일출광경을 보게 됐고 그 감동적인 장면에 마음을 굳혔다. 결국 해돋이 광경에 마음을 뺏긴 셈이다. 그 감명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돌코랑 귀농일기'의 시작이었다. 그 귀농일기는 차곡차곡 쌓여 블로그에 담기기 시작했다. 제주에 놀러왔던 여동생은 "책으로 내도 좋겠다"고 했고 결국 일을 냈다.

"그래도 명색이 처가가 서귀포인데 귤익은 모습을 처음 보게 됐죠. 지난 세월 되돌아 보니 휴가를 와도 겨울보다 여름에 왔고, 생활이 바빠 처가에 경조사가 있어도 급히 왔다가 돌아간 것이 전부였어요."

제주출신이었던 아내도 30년 넘게 떠났던 고향이 오히려 낯설었고 결혼한 딸이 있는 강원도로 가려고 했지만 결국 제주에 둥지를 틀게 됐다. 아내는 서울에 혼자 남겨진 아들 생각을 하면 눈물이 흐른다.

그의 책에는 제주에 정착하며 겪은 삶의 체험과 지혜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서귀포시 '희망농 프로젝트'를 통해 자리를 잡은 그는 고당도 감귤생산을 목표로 달콤함과 함께하는 의미로 '돌코랑'상표도 등록했다.

'행복해 지기 위해' 귀농을 선택한 부부에게는 고마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 서귀포시 귀농정보지원팀, 먼저 정착한 멘토들, 남원읍 지역 주민들, 처가 식구들 셀 수 없이 많다. 얼마전 가졌던 조촐한 책 출판기념회에는 서귀포시장까지 깜짝 방문을 했다. 그중에서도 박씨가 가장 고마운 것은 아내. "혼자 제주에 왔다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쩌다가 아내가 아들을 위해 서울로 가버리면 곧바로 삶의 고충이 시작되고 허전함이 바로 찾아온다. 그래서 집사람이 고맙다. 나의 행복의 시작점이자 나의 꿈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원고를 마치고 처음 썼던 글을 지금 읽어보면 너무 부끄럽지만 다시 고쳐쓰긴 싫었어요. 첫 감명, 첫 경험, 첫 체험이 소중하고 영원히 남기고 싶어서요."

박씨는 머지않아 귀농귀촌인들과 함께 '꿈찾사'모임을 만들 생각이다. 배우고 나눔을 실천해 행복을 일구려는 사람들이 함께. 기자가 미리 들고간 책에 그가 친필사인을 해줬다. "행복은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그의 행복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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