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술의 섬' 나오시마에서 배운다

[기획]'예술의 섬' 나오시마에서 배운다
자연·건축·예술 공존으로 '버려진 섬'을 깨우다
  • 입력 : 2013. 05.20(월) 00:00
  • 위영석 기자 ysw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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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 나오시마의 대표적 건축물중 하나인 지중미술관. 언덕 능선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에 순응해 지어졌다.

'청보리 섬' 가파도 프로젝트 일환 일본 나오시마 방문
지중미술관·빈집 예술공간화·베네세하우스 등 유명세
섬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안목 가진 기업의 참여 관건

제주특별자치도는 국내기업의 도움을 받아 사회공헌사업으로 '청보리의 섬' 가파도를 자연과 예술, 건축이 공존하는 섬으로 바꿔보려는 발상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대정읍 주민과 예술단체 등이 함께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일본 나오시마와 데시마, 이누지마 섬을 다녀왔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일본 가가와현 나오시마(直島町)는 인구 3400여 명인 작은 섬으로, 에도시대에는 해운업과 제염업으로 번영했다. 그런데 1917년 나오시마에 설치된 제련소가 폐쇄되고, 여기에 해운업마저 쇠퇴의 길을 걷게 되면서 산업 폐기물 투기와 오염 물질로 빚어진 환경 파괴, 한센병환자의 강제수용소로 섬이 소외되는 등 근대화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아픔을 떠안고 만다.

이렇게 버려졌던 나오시마에는 1985년부터 일본의 대표적 교육기업인 베네세그룹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이곳을 어린이의 지상낙원으로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에는 세계적인 건축가인 안도 다다오가 동반자로 참여했다.

이후 첫 번째 결과물로 1992년 프랭크 스텔라, 앤디 워흘, 이브 클랭, 쟈코메티, 재스퍼 존스, 리처드 롱 세계적인 현대 작가 작품을 전시하기 위한 미술관 및 호텔이 결합된 베네세 하우스가 문을 열었고, 이를 계기로 버려졌던 섬 나오시마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어 지중미술관과 이우환미술관 등이 잇달아 개관한 데 이어 폐가와 빈집을 예술공간으로 만든 '이에(家) 프로젝트'가 접목되면서 섬 전체가 문화예술의 섬으로 변모했고, 이를 통해 연간 외국인 관광객만 40만명이 찾는 일본의 대표적인 명소로 탈바꿈했다.

데시마 섬은 1980년대 한 기업이 데시마의 서쪽 끝에 엄청난 양의 산업 폐기물을 불법으로 버리면서 알려졌다. 세토우치 아트페스티벌이 열리는 7개의 섬 중 한 곳으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니시자와 류에의 설계와 미술가 나이토 레이가 공동으로 작업한 데시마미술관 등 전시관과 다양한 예술작품이 설치돼 있다. 25cm두께의 흰색 콘크리트 외벽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미술관은 눈에 보이는 지지대나 기둥이 하나 없이 설계됐고 물방울을 이용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이누지마제련소 미술관은 베네세그룹이 건축가 산부이치 히로시와 조각가 야나기 유키나리와 공동으로 1909년 러일전쟁 당시 군수장비를 제작한 제련소를 이용해 예술장품으로 승화시킨 프로젝트다. 이누지마 마을 곳곳에 아트하우스 프로젝트가 진행중인 점도도 특이했다.

'예술은 인간의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처럼 나오시마는 예술가들의 영혼이 담긴 아름다운 공간이고 예술과 자연·건축이 공존하도록 유도한 창조적 발상은 죽어가는 나오시마의 신성장 동력이 됐다. 베네세그룹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여전히 진행중이며 이는 데시마와 이누지마로 이어져 계속해서 새로움을 더해가고 있다.

▶왜 나오시마일까='나오시마 프로젝트'는 베네세홀딩스 그룹이 1985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600억엔(한화 6500여 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나오시마섬을 비롯한 인근 7개 섬을 대상으로 미술관 건립 및 역사적 유적의 예술공간화, 폐·공가에 대한 예술공간화 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베네세그룹은 '시대를 앞서 읽을 줄 아는 똑똑한 자본'으로 2008년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도 매출액 3조원을 기록하며 일본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선망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미래와 자연, 그리고 예술을 알아보는 기업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제주자치도와 가파도 주민들의 고민은 가파도를 제대로 알고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을 가진 기업을 어떻게 유치하는냐 여부다.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가파도에 접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모 기업의 의지와 역량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함께 '가파도의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축과 예술'이다. 나오시마의 지중미술관이나 테시마의 테시마미술관, 그리고 이누지마 제련소미술관의 공동 특징은 자연과 건축, 그리고 예술의 융합이라는 점이다.

지중미술관은 언덕 능선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냉난방을 최소화했고 테시마미술관은 자연과 함께 하도록 설계가 이뤄졌다. 물론 나오시마 프로젝트와 유사한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가파도의 청보리밭과 산재해 있는 135기에 달하는 고인돌에 대한 훼손이 우려되지만 현재의 건축기술로 충분히 자연과 조화를 이룬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청보리밭과 고인돌을 살리면서 이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작업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가파도의 개발'이라는 시선으로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접목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개발은 분명 파괴를 불러오고 원주민의 이주를 촉진하는 촉매제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오시마가 주는 교훈은 자연에 수긍한 건축과 예술을 통해 원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그만큼 원주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이고 가파도의 파괴를 불러오는 프로젝트는 절대 추진해서는 안된다.

나오시마를 찾는 유럽의 건축학도들이나 관광객들이 나오시마의 개발현장을 보러오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들이 일본의 조그마한 섬 나오시마를 찾아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우리도 제주도의 작은 섬 가파도를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만큼 기업과 주민, 그리고 지자체가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하고 단기간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대안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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