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4)장애인가정의 빈곤 문제

[튼튼한 복지, 제주를 키워가는 힘](4)장애인가정의 빈곤 문제
장애인에게 결혼·육아·노후대비는 꿈같은 얘기
  • 입력 : 2013. 05.30(목) 00:00
  • 김명선 기자 nonamewin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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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장애인들은 가족과 사회의 편견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사진은 지난 23일 제주시민회관에서 열린 다문화가정과 장애인 동거부부 합동결혼식. 한라일보DB

장애인수는 계속 증가 추세지만 사회적 편견은 여전
"가정은 사회의 근간… 장애인가정 정부가 보살펴야"

▶제주자치도의 장애인 현황=제주자치도 등록장애인은 3만1995명(2011년 12월 기준)으로 매년 10% 안팎씩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도 인구당 장애인비율도 2011년 5.55%로, 2005년 3.97% 대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또 후천적 원인에 의한 높은 장애발생률(2008년 90%), 저출산과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장애인구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두 명의 아이를 키우는 아내에게 너무 미안"=불의의 사고로 지체장애(경추 1급)인이 된 A씨는 지난해 비장애인과 결혼을 했다. 장애 때문에 결혼을 하기 전에는 대소변 처리에서부터 밥먹고 옷을 입는 개인적인 신변처리를 전적으로 부모 등이 도와줬다.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면서 개인 신변처리 문제가 아내에게로 옮겨졌다. 결혼 후 아이를 가져야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말을 꺼내기가 힘들다. 아내 또한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만일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아내는 두 명의 아이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갖는 과정도 녹록지 않은 상태다.

실제 타지방에서는 비장애인과 결혼한 장애인 가정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장애인 보호자가 생겼다는 이유로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활동보조서비스가 320시간(한달 기준)에서 180시간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다.

특히 자연임신이 어려운 척수·경추장애인의 경우 의료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제주에서 이를 도와주는 의료기관이 없어 병원진료를 위해 육지부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다.

▶"장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가족이 결혼 반대"=19년전 지체장애(1급) 남편을 만나 결혼한 B씨(지체장애 2급). 친정에 장애인 남편과 결혼을 한다고 알리자 부모님과 형제·자매까지 극구 반대했다. 장애 때문에 본인도 불편한데 자신보다 더 장애가 더 심한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면 제대로 된 가정을 꾸려나가기 힘들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 과정에서 "무조건 이건 안되는 것이다", "서로에게 짐만 될 것이다", "아기를 갖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등 마음상하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야 했다.

B씨는 "결혼할 당시에는 장애에 대한 정보가 너무 모자라 가족간에 오해가 많았다. 과연 아기를 가질 수 있느냐에서부터 무얼해서 먹고 살아갈 것이냐 등 부모의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지난 19년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시부모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았었는데 독립을 하고난 후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가정이었지만, 최근 기준이 강화되면서 수급자 가정에서 탈락해 앞으로의 생활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과 한라일보가 최근 가진 간담회. 김명선기자

▶"자립생활 불가능한데 어떡하죠…"=제주자치도는 지난해 도내에 거주하는 중증장애인(1~2급) 400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를 조사했다. 현재 취업 여부를 살펴보면 '취업함' 11.2%, '취업하지 않음' 88.8%로 나타났다. 취업하지 않음이라고 대답한 중증장애인에 항후 취업 희망 여부를 살펴보면 '취업 희망이 있다'고 응답한 장애인은 14.6%에 불과했다.

개인의 생활이나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장애인 대부분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실제 직장을 얻는 경우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

신혼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D(지체장애 1급)씨에게 최근 근심거리가 생겼다. 아내와 논의해 아이를 가지기로 하면서, 아내가 일을 쉬게 되었는데 혼자 일해서 버는 돈으로 가정생활을 꾸려나갈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현재 7년 일한 직장에서 15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다. 도내 장애인 가구의 절반이 100만원 미만의 생활비로 생활하고 있는 것보다는 많지만, 비장애인 가구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D씨는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생활비가 필요한 상황에서 아이를 갖기 위해 부부가 일을 쉬어가면서 몸상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을 쉬게 되면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며 "장애인 가정의 자립생활은 비장애인보다 몇배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육아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비장애인보다 빨리 오는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2011년 장애인가구의 월평균소득은 198만2000원으로 2008년보다 16만300원 증가했지만, 비장애인 가구의 월평균소득에 비해 2008년 55.1%에서 2011년 53.1%로 감소, 오히려 비장애인과의 소득격차가 벌어졌다.

이처럼 장애인 빈곤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장애인 빈곤에 관한 기초적인 분석조차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장애인 대부분이 자신이 가진 장애를 감내해야 했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장애인의 활동 지원을 위한 보장기구가 발달하면서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장애인들이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다양한 욕구를 분출하고 있다.

박주희 제주자치도의회 의원은 "장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장애인 당사자간의 결혼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가정인데, 이들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선기자보건복지부가 전국 1만8000가구의 남녀 1만51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 한 명이 태어나서 대학 졸업 때까지 3억896만4000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같은 조사(2억 6204만 4000원) 때보다 4692만원 늘었다고 한다. 또 2010~2012년 결혼한 신혼부부의 1인당 평균 결혼비용은 남성이 7545만 6000원, 여성은 5226만 6000원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결혼과 양육을 위해서는 수억원의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현실속에서 최근에는 노후대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장애인의 빈곤 문제는 심각한 수준임에도 당국에서 아무런 대책과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연구모임인 제주복지공동체포럼과 본지는 장애인가정의 빈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최근 제주장애인인권포럼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김명선기자 nonamewind@ihalla.com

[이렇게 생각합니다/박주희 제주도의회 의원]"장애인에 동등한 기회 주어져야"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국가의 메카라 할 수 있는 스웨덴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다.

스웨덴은 '보편적 복지'를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이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빈부에 관계없이 생애 주기(life cycle)에 따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모든 정책의 출발점은 이념이다. 스웨덴이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보편적 복지라는 이념 때문이었다. 필자는 사회복지, 특히 장애인복지의 출발점은 정상화 이념(normalization)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의 유무 관계없이 모든사람이 동등하게 지역사회안에서 활동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며, 처음 출발점은 덴마크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현실은 어떨까? 굳이 구체적인 통계를 들먹이지 않아도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교육 수준과 취업률이 현저히 낮고, 소득도 적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거나 집안의 반대에 부딪친다. 장애인연금은 이름만 연금이지 실제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휠체어 구입 등)을 보전하기도 부족하기 때문에 노후대책은 요원한 실정이다. 노후를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장애인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과정은 동등한 기회는 고사하고 늘 어려움과 도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비장애인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삶의 단계를 장애로 인해 기회를 박탈당하거나 힘겹게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누리고 있는 삶의 동등한 기회를 제한받아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이동의 자유가 보장되어 학교, 직장, 음식점, 관광지 등 어디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만 함께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직장을 다닐 수 있고 데이트를 할 수 있다.

삶의 기본적인 조건을 형성해주고, 현실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최근에 결혼한 남성 중증장애인의 고민은 아이를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 부부는 다른 불임부부처럼 여러번 시도를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제주에는 이들을 위한 의학적인 기반이 없어 서울까지 가고 있었다. 또한 아이가 막상 태어나면 또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알콩달콩 행복해야할 신혼초의 중증장애인의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조례를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일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장애인에 생애 주기의 정상화(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최종적인 목표로 두고 조례와 예산확보 등 필요한 부분을 하나씩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함께 살아하는 우리 모두의 삶의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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