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보수의 실상과 사회적 의미

행동하는 보수의 실상과 사회적 의미
'애국심'이라는 허상 좇아 '거리로 나온 넷우익'
  • 입력 : 2013. 05.31(금)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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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인 재특회(在特會)는 2013년 현재 일본에서 1만3000여 명이 활동하는 반한(反韓) 넷우익 단체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들이 가장 혐오하는 대상은 '재일 코리안'이다. 재특회는 '권리만 내세우고 일본에 감사할 줄 모르는' 재일 코리안의 존재가 일본의 위기를 가리키며, 이들만 없어지면 모든 사회문제와 모순이 해결되리라고 본다. 현실 속 불만을 전가할 '알기 쉬운 적', '내부의 적'을 지목한다는 점에서 서구의 네오 나치와 유사하다.

2005년쯤부터 일본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한 넷우익(Net右翼)은 일반적으로 인터넷에서 우익적인 언동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정의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일본 넷우익이 공통적으로 가진 세 가지 속성으로는 한국과 중국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평화헌법 9조 개정이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에 동조하는 등 국내 이슈에 우익적 성향을 보이며, 온라인상에서 정치·사회문제에 대한 자기 의사를 표명한다는 점 등이 있다.

이 책의 원제 '인터넷과 애국'은 재특회가 탄생하는 데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중요하게 기능했음을 보여준다. 한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메일 회원을 모집하고, 자신의 활동을 영상으로 만들어 실시간으로 게시판에 올리거나 온라인을 통해 집회를 조직하는 등 재특회는 일본의 기존 우익과 다른 방법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재특회의 증오 연설이 빠르게 확산되고 영향력을 얻게 된 데는 인터넷 매체만의 속성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저자는 또 재특회가 참여자들로 하여금 생의 열정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재특회 회원들은 재일특권이야말로 세상의 부조리를 풀 열쇠라고 믿으며 이를 박탈시키는 것이야말로 애국적인 행위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애국심을 허상이라고 진단한다. 재특회 한 명 한 명의 삶에서 확인한 애국심은 '외로운 사람들의 마지막 피난처'였으며, 사회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거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도 공감을 얻지도 못한 이들의 무력감에서 비롯됐다.

인터넷상에 한정된 극우 담론을 거리로 옮겨 온 그들은 누구인지, '행동하는 보수'가 탄생한 이유와 그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묻고,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해법처럼 여겨지는 사회의 단면을 직시하는 일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후마니타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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