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쟁력 확보 공감… 방법엔 이견

스포츠 경쟁력 확보 공감… 방법엔 이견
[데스크 진단]체육고 설립 어떻게 되고 있나
  • 입력 : 2013. 06.21(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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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체육고 설립 문제는 "우수선수 양성과 교육의 다양화 기회"를 들어 설립을 주장하는 체육계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교육청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10년째 표류하고 있다. 타당성 검토와 의견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할 때라는 주문이다. 사진=한라일보 DB

체육계 "우수선수 양성·교육의 다양화 기회 제공"
교육청 "체육중점학교 전환 추세… 학생장래 우선"
타당성 검토·의견수렴 등 공론화 거쳐 매듭지어야

"제주체육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선 지금이 적기다." "제반 문제 등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체육계 안팎을 중심으로 수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제주체육고 설립과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의 첨예한 입장이다. 2000년대 들어 불거졌기 때문에 근 10년 가까이 이어져오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해묵은 논란의 대상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수년째 찬반 양론만 이어지면서 끝없는 '치킨게임'으로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다만 내년에 치러질 예정인 교육감 선거에서 추진여부에 대한 가닥이 잡힐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체육고 설립 추진 논의=2011년 9월28일 제92회 전국체육대회 선수단 결단식에서 제주도체육회장인 우근민 지사가 "체육발전을 위해 양성언 교육감, 문대림 의장과 함께 체육고 설립문제에 대해 연구해 보겠다"는 의견을 피력하면서 본격 공론화 됐다.

우 지사의 의견 피력 후 20여일이 지난 10월26일 체육고 설립 관련 실무자 회의가 열렸다. 도스포츠산업과, 도교육청, 도체육회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협의결과 첫 논의의 장이 열렸다는데 의미를 뒀다. 이후 더 이상의 만남은 없었다.

앞서 같은 해 7월 송승천 제주도체육회 상임부회장이 취임하면서 "제주가 전국 최약체라는 오명을 벗고 강한 제주체육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포츠 인프라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제주에도 체육고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보다 앞서 2000년대 중반부터 매년 개최되는 전국체전에서 제주선수단은 이구동성으로 체육고 설립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체육계 의견=체육계에서는 학교체육을 근간으로 우수선수를 육성해 왔고, 앞으로 대외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체육고 설립에 대해 타당성 검토는 물론 이에 대한 이해증진과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고 있다.

매년 우수한 선수들이 다른 지방으로 빠져나가면서 연계육성이 안되는 점을 개선하고 비교적 안정된 환경 속에서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타당하다는 등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의 우수선수들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제주체육의 경쟁력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과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때문에 설립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선 타당성을 따져보자는게 체육계의 복안이다.

하지만 체육계에서는 설립 타당성에 대해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최종적인 결정은 교육당국의 소관사항인 만큼 교육청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게 내부적인 입장이다.

▶교육청 입장=양성언 교육감은 지난해 신년회견을 통해 2014년 개교예정인 울산시 사례를 들면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남녕고 체육과 진학 감소추세에 있어 학교설립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 막대한 시설투자 및 운영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내세웠다. 더불어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지원 강화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공식입장과 함께 교육청 주변에서는 "체육고는 실패작이다. 오히려 일부 다른지방에서는 체육중점학교 운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운동하는 기계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성적위주가 아닌 학생의 장래를 생각하는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바라봐야 할 것"이라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체육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 공립학교를 체육중점학교로 전환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양보다 질이 우선시되는 체육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체육고는 제주지역에 맞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해법은=체육고 설립문제는 체육계와 교육청만의 문제로 국한되고 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대한민국이 올림픽과 월드컵 등에서 환호할 수 있는 근간이 바로 스포츠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스포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곱씹어봐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체육계와 교육청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적극 공론화에 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거엔 자식들에게 공부에만 매달리게 했고, 이후엔 운동으로도 살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지금은 운동하면서도 공부해야 하는 사회분위기로 옮겨가고 있다.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게 스포츠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등이 있으며, 꼴찌도 있다는 것이다. 1등은 물론 그 이하 꼴찌까지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체육계와 도교육청을 중심으로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집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나눴던 의견교환 수준이 아닌 이해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뜻을 모으는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 논의결과에 의해 방향을 잡으면 된다. 교육감 선거가 아니더라도 교육백년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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