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路 떠나다]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

[길 路 떠나다]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
은빛억새 출렁이는 '오름의 여왕'으로 떠나볼까
  • 입력 : 2013. 10.18(금)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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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빛 억새물결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이 떠오르고 있다. 따라비오름은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현숙기자

'제주의 가을은 억새로 물든다'
곡선의 미학을 볼 수 있는 오름

'떠난 이의 그 호젓한 뒷모습에/아직도 가을이 남아 있거든/억새꽃 다발을 보내셔요/한아름 가득 보내셔요

제주의 가을이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 절정의 한가운데 은빛으로 찬란하게 흔들리는 억새물결이 있다. 그래서 '제주의 가을은 억새로 물든다'는 말이 나온 모양이다. 한 시인은 '떠난 이의 호젓한 뒷모습에 가을이 남아있거든 억새꽃 다발을 보내라'고 노래한다.

제주 억새를 감상할 수 있는 대표적인 명소는 '산굼부리'다. 조천읍 비자림로에 있는 산굼부리는 가을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은빛 억새물결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따라비오름'을 추천한다. 유홍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7-제주편'을 들여다보면 '따라비오름'은 가을 억새가 피어날 때 가장 아름답다고 쓰여 있다. 그만큼 따라비오름은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발 342m, 높이 107m, 둘레 2633m에 이르는 오름에 살랑거리는 억새물결을 본 이들은 '따라비오름'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따라비오름은 가시리에서 제동목장을 지나 제주시와 성읍리로 가는 사거리에서 성읍리 방향으로 120m 가다가 왼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찾을 수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80m를 가면 철조망이 쳐진 목장입구가 나온다. 말들이 방목되고 있는 목장을 북서방향으로 100m 거슬러 올라가면 이번에 오름 입구로 들어갈 수 있다.

따라비는 아름다운 곡선의 미학을 만날 수 있는 오름이다. 탐방이 시작되는 남쪽면은 그냥 평범한 오름 같지만 정상에 오르면 그게 아니다. 3개의 굼부리가 모여 하나가 됐다. 3개의 굼부리는 저마다 완만한 곡선미를 자랑한다. 따라비의 진면목은 북쪽면이다. 새끼오름 방면에서 바라보면 크고 작은 봉우리가 줄을 잇는다. 그 오름에서 오름으로 이어지는 곡선은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오름 정상에 서면 조랑말체험공원과 풍력발전단지, 말 목장을 아우르는 멋진 경관도로인 녹산로가 멀리 한라산 자락을 배경으로 훤히 조망된다.

오름 전체가 억새로 물든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곳 저곳에서 탄성소리가 절로 나온다.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오름을 오르는 이들의 모습은 또한폭의 그림이 된다. 그래서 따라비오름을 '오름의 여왕'이라고 했나. 하늘빛과 구름, 억새의 어울림을 만끽하다보면 넋을 잃고 만다. 정상에서는 북서쪽으로 오름 1번지 구좌읍 송당의 높은오름, 백약이오름, 좌보미오름의 스카이라인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오후에 발길을 해서였을까. 내려올 때 쯤 석양이 물드는 오름의 억새는 황금빛을 뿜어낸다.

'따라비'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주변에 모지오름·장자오름·새끼오름을 거느린 '땅의 할아버지' 오름이라는 의미로 '땅하래비'에서 비롯돼 '따래비'가 됐다고 하는 '설'이 있다. 사실이 아닐지라도 이야기같은 오름이름 유래가 미소를 띠게 한다.

'따라비오름'은 가시리 마을이 자랑하는 명품길 '갑마장 길'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갑마장길'코스는 두 개. 7시간 코스인 20km(갑마장길)와 그 절반의 10km(쫄븐갑마장길)다. 두 길은 모두 '따라비오름'을 거치게 된다. 가시리 사람들이 제주 섬 368개 오름 중 가장 예쁘다고 자랑하는 오름이다. 따라비오름은 천천히 걸어도 50분이면 왕복할 수 있다.

오름을 내려오고 국내 첫 '이립(里立) 박물관'조랑말 박물관을 둘러봤다. 박물관은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뚫린 원형의 콘크리트 건물 디자인이 독특하다. 전시실에 들어서니 말테우리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따라비 오름에서 내려와 정상에서 보이던 '조랑말체험공원'을 찾았다. 제주의 말 문화를 쉽고 재밌게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조랑말체험공원은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사육했던 갑마장이 있었던 가시리 마을 그 자리에, 600년 목축문화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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