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리포트 6부:제주바당 올레길을 가다](13)외돌개

[제주해양리포트 6부:제주바당 올레길을 가다](13)외돌개
바닷속에도 외돌개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다
  • 입력 : 2013. 11.11(월)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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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돌개 포인트는 외돌개에서 바다방향(동남쪽)으로 2㎞정도 떨어진 지점으로 보트다이빙을 해야 한다. 강경민기자

가이드라인 이용 초급자도 접근 용이
육상같은 거대 암반들 우뚝 솟아있어
각종 연산호·물고기떼 군무 신비로워

서귀포 칠십리 해안가를 둘러싼 기암절벽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기둥바위 하나가 있다. 바로 서귀포시 서귀동 앞바다의 외돌개다. 기다림을 지나 그리움은 돌이 돼 아슬아슬하게 홀로 외롭게 바다에 서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귀포 시내에서 약 2㎞쯤 서쪽에 삼매봉이 있으며 그 산자락의 해안가에 우뚝 서 있는 외돌개는 높이 20m로, 약 15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해 섬의 모습을 바꿔놓을 때 생성됐다고 한다.

고기잡이를 나간 할아버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할머니의 애절한 전설이 깃들어 '할망바위'라고도 불린다. 외돌개 바로 밑에는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바위가 있는데 이는 할머니가 돌로 변한 뒤 할아버지의 시신이 떠올라 돌이 된 것이라고 한다. 역사와 관련된 설화도 있다. 고려말 최영 장군이 제주도를 강점했던 목호(牧胡)의 난을 토벌할 때 외돌개 뒤 범섬으로 숨어든 목호들이 외돌개를 보고 대장군이 진을 친 것으로 오인해 모두 자결했다는 일화로, 외돌개가 '장군석'으로 불리는 이유다. 외돌개는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이기도 해 연중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외돌개 포인트는 외돌개에서 바다방향(동남쪽)으로 2㎞ 정도 떨어진 지점으로 해안에서 접근이 불가능해 반드시 보트다이빙을 해야 한다. 이 곳 수심은 15~37m 정도, 해저는 기형적인 초대형 암반이 줄지어 해안선과 나란히 S자 형식으로 길게 뻗어나가면서 완만하게 수심이 깊어진다.

이 곳에는 다이버들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설치돼 있다. 이 라인을 따라 하강을 하면 된다. 하지만 탐사당일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이드라인이 끊겨 있어 보수작업을 준비중이었다. 배를 타고 포인트에 접근하니 이미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어선에서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탐사대는 어선의 양해를 구해 어선에서 내린 닻 줄을 가이드삼아 입수하기 시작했다.

▲외돌개 포인트는 섶섬의 북동쪽 다이빙 포인트와 비슷한 구조를 보이는데, 단숨에 하강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지역이다. 서두르지 말고 장엄하게 펼쳐진 해저의 모습을 마음껏 감상하며 천천히 다이빙을 즐겨야 한다. 왼쪽부터 방사민가시산호와 다이버, 수지맨드라미산호, 대형긴가지해송. 사진=조성익 자문위원

탐사팀이 도착한 지점은 원래 포인트에서 북쪽으로 20m 정도 떨어진 곳. 납작한 암반에 붙어있는 가시산호와 자리돔을 촬영하며 게이지에 달린 나침반에 의지해 유영하기 시작했다. 얼마가지 않아 시커먼 거대 암반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수심 25m에 높이는 10m 정도, 육상의 외돌개 같이 뾰족한 모습의 암반과 상단이 평평한 암반, 삼각형 모양의 암반 등 건물 2~3층 높이의 암반들이 서로 기대 있거나 우뚝 솟아 있다.

암반 표면에는 맨드라미, 긴가지 해송, 해송 등 연산호들이 빼곡히 달려 있다. 수 백 마리의 자리돔 무리가 암반 사이를 휘감으며 군무를 펼치기도 했다. 특히 암반의 큰 틈바구니에는 대형 돌돔과 다금바리가 자리를 틀어 앉아 터줏대감 행세를 하다 불쑥 찾아온 탐사대에 놀랐는지 더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 부채꼴 모양의 민가시 산호와 연산호를 촬영하면서 삼각형 모양의 암반을 지나자 거대한 긴가지 해송이 탐사대를 맞이했다. 길이가 2m는 족히 될 듯한 해송은 가지를 두갈래로 뻗은 채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이렇게 큰 해송이 어떻게 수많은 세월동안 어떻게 거친 물살을 이겨냈는지 신비하기만 했다.

김진수 자문위원은 "외돌개 포인트에서 남쪽으로 조금 더 내려 가면 거대한 맨드라미 산호와 해송이 있다"며 "예전에는 유람선에서 유선비디오로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이 곳은 최고 수심은 30m에 달하지만 암반이 평평하고 넓직한 봉우리가 15m 정도로 암반들이 하나같이 대형급"이라며 "섶섬의 북동쪽 다이빙 포인트와 비슷한 구조를 띤 외돌개 포인트는 단숨에 하강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지역이다. 서두르지 않는 마음으로 장엄하게 펼쳐진 해저의 모습을 마음껏 감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성익 자문위원은 "이 곳에서는 조류의 방향을 살펴 입수하고 가급적 빨리 하강해야 한다"며 "지형을 잘 아는 다이버를 가이드와 동행해야 포인트를 벗어나도 제대로 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입수할 때처럼 낚시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자주 다니는 곳"이라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다이버가 있다는 표시인 일명 '다이빙용 소시지'(Safety Balloon)는 필수"라고 말했다.

고대로·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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