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조선인 잠녀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제주도에서 일본의 화산섬 미야케지마까지 건너가 물질을 했다는 기록이 각종 문헌에 남아 있다. 이들 잠녀와 가족 중에는 태평양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일본 여기저기에 흩어져 뿌리를 내렸다. 그들은 일본의 차별과 냉대, 부조리에 대항하면서 서러움을 극복했다. 지난 2008년 이곳에 방문한 작가 구소은은 이 이야기를 접하고 소설 '검은 모래'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7000만원 고료의 제1회 4·3평화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작 '검은 모래'가 출간됐다. 4·3평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고 평화와 인권 회복을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정하고 지원하는 4·3평화문학상은 민선 5기 우근민 도지사의 공약으로 2012년 3월 6일 제정됐다. 지난해 12월 20일 제1회 공모를 마감한 결과 시 분야 123명 776편, 장편소설 분야 50명 50편이 응모했으며, 시 부문에는 현택훈의 '곤을동', 소설에는 구소은의 '검은 모래'가 첫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소설은 일제강점기에 제주도 출신 한 잠녀 가족이 일본 바다로 출가물질을 갔다고 도쿄 남쪽의 미야케지마 섬에 정착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1910년부터 100여 년에 걸쳐 제주도를 중심축으로 삼고 남북한과 일본의 역사를 조망하는 4대에 걸친 가족사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가족사 소설이 대개 가부장제 혈통(아들)을 중심축으로 삼는 데 반해 이 소설은 제주도 여인의 운명과 신분을 상징하듯 모계 중심의 여인(딸)을 주인공으로 부각시킨다.
소설에는 잠녀의 신산한 삶과 재일조선으로서 겪게 되는 민족차별, 모국의 분단 상황에 따른 이념적 갈등 등의 장대한 이야기가 영화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일련의 디아스포라 소설들처럼 역사의 부침 속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삶의 궤적을 쫓으면서도 상처를 헤집어내기보다는 공존과 평화를 전망하는 작가의 깊은 통찰과 역사의식이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현기영, 김병택, 윤정모, 임헌영, 최원식으로 구성된 제1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 대해 "소설들이 서사성을 잃고, 그에 따라 독자도 잃고 트리비얼리즘의 자기만족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의 경향"이라며 "'검은 모래'는 소설에서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고 평했다.
제주도는 12월 20일까지 장편소설 7000만원, 시 2000만원 고료의 제2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공모하고 있다. 은행나무. 1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