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눈에 비친 1930년대 한반도

이방인 눈에 비친 1930년대 한반도
헤르만 라우텐자흐의 '코레아'
  • 입력 : 2014. 03.0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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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지리학자로 '지지의 대가'
비교 지지 연구위해 한국 답사
1000종 넘는 참고문헌 등 분석


"대만-나가사키간의 항로상에서 이 거대한 섬이 시야에 들어오므로 제주도는 16세기에 포르투갈인에게 알려졌는데 그들은 Ilha dos Ladrones(해적섬)라고 불렀다. B.Hoetink는 이 섬이 아마도 1642년에 네덜란드인에 의해 다시 목격된 'Quelpart de Brack'일 것이라고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입증했다. 네덜란드어로 Quelpart는 당시 범선의 한 유형을 가리키며 네덜란드인은 그 이름을 따서 이 섬을 명명했다."

1933년, 일제 강점기의 한반도에 발을 디딘 독일인 지리학자가 있었다. 그는 두 다리와 낡은 포드 자동차, 때때로 열차와 선박을 이용해 북으로는 백두산부터 남으로는 제주도까지 한반도 구석구석을 조사했다. 그가 8개월간 누빈 경로는 무려 1만5000㎞에 달한다.

이같은 연구 여행의 주인공은 훗날 20세기 후반의 위대한 지리학자로 평가받은 헤르만 라우텐자흐다. 그는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지지(地誌)의 대가'라는 칭호가 붙을 만큼 지지분야에서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이룬 학자다.

'코레아-일제 강점기의 한국지리'는 라우텐자흐가 연구 여행에서 수집한 자료와 1000여종에 이르는 참고 문헌 분석을 통해 쓰여진 책이다. 앞서 포르투갈의 지지서를 저술했던 그는 당시 지리학 연구의 큰 틀을 이루었던 비교 지지 연구를 위해 포르투갈과 비슷한 위도상에 위치한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의 반도인 한국을 연구 지역으로 골랐다. 한국 각지에 대한 지리학의 지식을 담은 옛 자료와 최근 자료를 종합하고 동시에 경험적 관찰에 근거하면서 한국 전역과 주요 지역에 대한 지리적 연구를 시도했다.

책은 한국의 지리적·역사적 배경, 한국의 자연과 고문화, 지리적 특성에 기초한 제주도 등 16개 지역의 자연·인문적 특성, 한국과 일본의 관계 등을 다루고 있다. 당시의 지형, 강수량 분포, 인구 분포 등을 보여주는 컬러지도도 들어있다.

라우텐자흐가 한반도를 답사했던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80여년전의 일이다. 이때문에 현재의 사정과 부합하지 않는 측면도 존재한다. 일본과 동맹 관계에 있던 독일인의 관점으로 본 일제강점기의 한국을 다룬 만큼 독자들의 오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역사지리학적 측면에서 과거를 복원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주관적 시각이 아닌 낯선 이방인이 바라본 우리의 과거사에 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종규 경희대 교수, 강경원 공주교대 교수, 손명철 제주대 교수가 공동으로 번역을 맡았다. 푸른길.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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