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문학으로 풀어내는 '창작 논픽션' 수업이 활발하다. 작가들 사이에서도 '플래시 논픽션'이란 이름으로 '섬광처럼 짧고 강렬한 자서' 쓰기가 붐을 일으키고 있다.
'제4의 장르'로 일컬어지는 자전적 글쓰기가 유행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아 평생교육원 등에서 자서전 쓰기 수업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삶이 물질적으로 여유로워진 반면에 급속한 변화와 경쟁의 물결에 휩쓸려 살다보니 어느 시점에 이르러 '내 삶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며 돌아보고 싶다'는 게 보편적인 욕구가 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발족한 '한국미니픽션작가모임'은 현대인의 그런 욕구를 일찍 파악했다. 그들은 지난 몇 해 동안 영미 작가들이 즐겨 쓰는 '플래시 논픽션' 형태를 차용해 '미니(한뼘) 자서전' 쓰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했고 그것의 방향성과 효용성을 연구해왔다. 이를 통해 현대인에게 요긴하면서도 가장 수월한 글쓰기 방식으로 '내 삶'의 어느 지점을 짧은 소설 형식으로 표현하는 '한뼘자전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구축했다.
'한뼘자전소설 쓰기의 이해와 작법'이란 부제가 달린 '내 이야기 어떻게 쓸까?'는 그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누구나 쉽게 자기의 이야기를 소설화해 쓸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에서 엮어졌다. 한뼘자전소설이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어떤 효용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떻게 쓰면 될지 그 작법과 요령을 중·고교생 눈높이에 맞춰 친절하고 쉽게 정리해놓았다. 한국미니픽션작가모임 참여 작가 32명이 쓴 다양한 형식의 자전소설 50여편도 함께 실렸다.
A4 용지 한 장 안팎의 짧은 글을 원칙으로 하는 한뼘자전소설은 자기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되 개인의 치부를 드러내거나 물의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부분은 소설이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슬쩍 눙치거나 비켜가는 기법을 도입한다. 이 점은 자서전이나 수기적인 글쓰기와 구분된다.
하지만 그 실제를 왜곡하거나 진실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지킨다. 그것은 그같은 실제 체험의 문학적 환치를 통해 비로소 자기를 객관화시켜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등 온전한 자기와의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호미.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