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사월은 참으로 화사한 유채꽃으로 온 섬을 물들이지만 그것이 비린 아픔이란 것을 아는지. 아름다움의 이면에 도사린 끔찍한 그 시절 이야기를, 이 섬에 참혹하게 피어난 붉은 꽃, 노란 꽃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치유하는지를."
제주4·3연구소 이사로 있는 허영선 시인이 "왜 제주도가 그렇게 슬픈 섬이냐"고 묻는 이들을 위해 다시 책을 냈다. 8년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출간됐던 '제주4·3'을 깁고 보탠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다.
시인은 '제주4·3'을 쓴 이후 학살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더 만날 수 있었다. 흑백사진 한 장 남기지 않고 떠난 젊은 남편을 평생 아릿하게 그리는 여인, 연좌제에 걸려 자식들의 생마저 걸림돌이 되었다고 자책하는 늙은 가장, 후유장애인 등 수십 년 동안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지 못했던 이들은 힘겨운 기억을 꺼내놓았다. "이것이 인간의 이야기인가." 시인은 그들과 만나며 '광범위하고 거대한 비명'을 들었다.
'제주4·3을 묻는 너에게'는 집단 학살의 증언, 특히 역사의 혼돈 속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여성들이 당한 고통을 깊이있게 다뤘다. 그 날의 흔적을 따라 걷는 4·3답사기는 부록으로 실렸다. 제주는 온 섬이 4·3학살터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기어이 '사난 살앗주'로 통증을 축약한 생을 살아온 당신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서해문집. 1만29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