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출사표(出師表)

[백록담]출사표(出師表)
  • 입력 : 2014. 05.19(월)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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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의 후보자 등록이 지난 16일 완료됐다. 지역발전과 교육정책을 이끌어 나갈 주민대표를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 제주지역에서는 도지사, 교육감, 도의원, 교육의원 후보 109명이 출마한다.

출마(出馬)는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다. 본격 진(陣)을 구성해 작전에 임한다는 뜻이다.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이 살아 돌아올 보장이 없는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의 심정과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아울러 출사표(出師表)도 있다. 원래 출사표는 '삼국지'의 제갈공명에서 나왔다. 출사표는 유비(劉備)가 죽은 뒤 제갈공명이 그 뜻을 받들어 위(魏)나라 정벌에 나서는데, 출병에 앞서 황제에게 눈물을 흘리며 올린 글이 그 유명한 출사표다. 선거판 자체가 전쟁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비장한 각오로 출사표를 던지고 선거라는 전쟁터로 뛰어든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주민대표로 뽑히기 위해 전의를 불사르며 수년동안 준비한 후보가 즐비하다. 그러나 선거에 뜻이 있다고 모두 출마할 수 없는게 정치 현실이다.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당에서는 여러가지 기준으로 대표주자를 선발하게 된다. 그 과정이 공천인 셈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천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여·야 할 것 없이 코미디 같은 촌극을 연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도지사 선거 후보 공천과 관련 여·야 모두 공천룰을 놓고 내홍이 있었다. 여당은 중앙당에서 차출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공천룰이 마련됐다.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 밖에.

새정치민주연합도 공천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갈팡질팡 행보를 보인 현역 국회의원으로 인해 혼선을 빚었다. '세월호'라는 변수를 이유로 경선없이 추대로 막을 내렸지만 정치불신만 키웠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당초 유력했던 후보들은 모두 사라졌다.

도의원 공천 역시 순탄치 못했다. 지역구 여성후보 우선공천은 사전 준비부족으로 여·야 모두 후보자가 등록때가 돼야 누가 출마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선거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 도의원 후보 확정을 놓고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후보자 순위를 놓고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가 하면 도당에서 확정된 순위가 중앙당에서 바뀌는 일도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후보들의 반발로 '컷오프'를 없었던 것으로 해 후보자 전원을 대상으로 선출대회를 갖는 등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시쳇말로 '막장 드라마'가 방영됐다.

정당이든 후보든간에 과연 이들이 이번 선거를 앞두고 비장한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는지 묻고 싶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사전준비도 부족했던 지방선거의 공천과정은 올해뿐이 아니다. 4년 마다 한 차례씩 이어지는 연례행사가 된지 오래다.

지방선거일까지 오늘을 포함해 약 보름간의 기간이 남아있다. 오는 30~31일 실시되는 사전투표제도를 감안하면 불과 열흘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후보자들은 진정성을 갖고 올바른 정책공약과 실천능력으로 표심을 자극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도 매스 미디어 등 각종 통로를 통해 후보자를 검증, 참된 일꾼을 뽑는데 정성을 기울여야 후회가 없을 듯 하다. <조상윤 정치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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