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23)노령층 성생활과 현실적 문제

[제주건강보고서 메디컬센터](23)노령층 성생활과 현실적 문제
연령·체력에 맞는 규칙적 성생활 건강에 좋아
  • 입력 : 2014. 06.13(금)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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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도 젊을 때와 같은 지나친 성행위나 부적절한 성관계는 건강을 해치지만 나이와 체력에 맞는 규칙적이고 꾸준한 성생활은 건강에 좋다는 게 전문의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사진은 두 노인의 사랑을 주제로 2002년 상영됐던 영화 '죽어도 좋아'의 한 장면.

노년기 성생활 뇌 자극해 노화·치매 등 억제 효과
생활습관 개선·균형잡힌 식단·규칙적 운동 필수

2009년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79세이며, 남성의 평균수명은 76세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으며 노인문제는 노인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가족관계나 주거형태도 크게 변해 노부부만 떨어져 살거나 홀로사는 노인, 황혼이혼 및 재혼, 노인들의 우울증과 자살률 증가에 이어 노인들의 성병 증가 등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실제로 세계 32개국의 40~80세 남녀를 대상으로'인생에 있어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한가?'라는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의 87%(남자 96%, 여자 82%)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조사결과 32개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높은 비율을 보여 남성에 있어 '성생활'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제주대학교병원 비뇨기과 김성대 교수의 도움으로 노령층의 성생활 등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노인도 성생활이 가능한가?

성욕은 인간의 3대 기본욕구로서 성생활은 젊은 사람뿐만 아니라 노인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젊은 남성에서 성기능은 생식을 위한 수단인 동시에 원만한 성생활을 통한 즐거움과 행복추구의 수단이지만, 중년 이후 노년기 남성의 성기능은 남성으로서의 존재감이나 아직도 건재하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또다른 의미가 있다. 반면 성기능장애는 남성으로서의 존재에 대한 위기감과 불안을 야기하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성기능장애나 발기부전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삶의 의욕도 떨어지게 만든다. 노인들에게 성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요인은 다른 사람들이 노인들의 성생활을 무시하거나 노인들 스스로의 잘못된 성지식이다.

최근 서울시에서 시내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1000명을 상대로 '노인의 성(性)'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성생활을 지속하는 노인의 월평균 성관계 횟수는 1회 31.3%, 2회 40.8%이었으며,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을 통해 애인을 만든 경우도 20% 이상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젊을 때부터 성생활을 자주한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발기부전의 빈도가 적지만 규칙적인 성관계를 하던 사람들조차도 나이가 들면서 성기능은 감소한다. 성교의 횟수도 20~30대에는 주 2~3회이던 것이 50~60대에는 주 1회 내지 월 1회로 감소하지만 80대에도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관계의 방법과 부작용

방광염과 질염이 자주 재발하는 78세의 여자환자는 눈물을 흘리며 84세된 남편이 주 2~3회 갖가지 체위의 성행위를 요구해 힘들다고 하소연한 진료사례가 있었다. 여성은 폐경이 되면 질이 좁아지고 탄력성이 소실되며 분비물도 말라 버리기 때문에 심한 삽입 성교시에는 통증과 출혈, 염증 등으로 성생활을 회피하게 된다. 따라서 노부부의 경우 노인남성의 지나친 성욕과 성행위 요구 및 부적절한 성행위의 테크닉 등도 문제가 된다. 흔히 남녀노소 질내 삽입이 가능할 정도로 딱딱한 음경발기가 되지 않으면, 신체적 정신적 접촉을 포함한 모든 성행동을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성은 딱딱한 음경이 질내에 삽입되지 않아도 성적 극치감을 느낄 수 있으며, 노령의 남녀 모두 손이나 입으로도 만족할 만한 성적쾌감 즉, 오르가즘을 얻을 수 있다. 또 극치감은 떨어져도 스킨십이나 포옹, 애무나 키스를 통해서도 즐거움이나 성적만족을 느끼고 친밀감이 강화될 수도 있다.

노인들에게 만연해 있는 불안, 우울과 함께 배우자의 죽음, 이혼, 직업의 상실, 사회적 지위의 박탈과 건강과 관련된 가족문제와 같은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해서도 쉽게 성기능장애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혼자 사는 건강한 노인들이나 배우자와의 성생활이 원만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정상적인 성관계로 인한 부작용도 발생하게 된다. 2007년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성병의 발생현황에서 50세 이상 중, 노년층의 성병이 증가하고 있는데 노래방이나 공원 등에서의 음성적 성관계가 증가하고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가 발매된 이후 노인들의 성관계 빈도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져 성병감염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규칙적인 성생활 건강에 도움

2002년 화제가 됐던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의 성을 솔직하게 풀어낸 영화인데, 노인이라고 해서 더 이상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것은 남녀 모두의 책임이다. 젊었을 때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이뤄지는 성생활이 있었다면 노년에는 은근하게 사랑하는 잿불이나 반딧불 같은 사랑이 있다.

노인에게 젊을 때와 같은 지나친 성행위나 부적절한 성관계는 건강을 해치지만 나이와 체력에 맞는 규칙적이고 꾸준한 성생활은 건강에 더 좋다. 이를 통해 발기부전도 예방하고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더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남녀 모두에게 뇌를 자극해 노화, 치매 등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섹스를 많이 할수록 오래 산다는 것은 이미 현대의학에서 정설로 굳어졌으며 이 밖에도 노년기의 성생활로 인해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들은 헤아리기 어렵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생리적인 노화현상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성생활을 잘 하기 위해서는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꾸준하고 규칙적인 성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스트레스, 불안, 과로를 피하고 흡연, 음주 등의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하며 균형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이 필수적이다.

김성대 교수는 "주기적인 건강진단을 통해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며 "발기가 잘 안 된다고 성생활을 중단하기보다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남아있는 성기능을 잘 보전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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