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해수면 상승

[기후변화 뛰어넘자](2)기후변화 무엇이 문제인가/해수면 상승
용싸움 전설과 비날씨 속담 전해지는 기후변화 1번지
  • 입력 : 2014. 06.16(월) 00:00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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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약 70만 명의 탐방객이 찾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 만조 시 산책로까지 해수면이 상승해 출입 통제 일수가 매년 늘고 있는 이곳은 대한민국 기후변화 1번지로 꼽힌다. 표성준기자

사계 용머리해안 사리 때 간만조 차 3m
탐방객 안전 위한 통제일수도 매년 증가

최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용오름 현상'이 등장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일대에 발생한 용오름 현상 때문이었다. 당시 이 지역에는 강한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쳐 길가에 서있던 경운기가 날아가 논바닥에 박히고 비닐하우스가 무너졌으며 행인이 날아온 파이프에 맞아 다친 일도 있었다. 토네이도를 목격한 주민들은 "10여분 만에 모든 것이 초토화됐다"고 불안에 떨었다.

위로 올라가려는 따뜻한 공기와 아래로 내려오려는 찬 공기가 뒤엉커 발생하는 용오름은 지름이 크게는 수백m까지 이르는 회오리바람이다. 높은 수온이 공기 중의 낮은 기온과 만나면서 생기기도 하는 이 현상은 바다에서도 자주 관측된다. 기상청이 공식 관측한 국내 용오름 현상의 첫 번째 발생지가 바로 1989년 제주공항이다.

용오름은 회오리바람이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제주 향토자료에도 이 용어의 유래를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속종 38년(1712년) 8월 두 용이 대정 형제섬 앞 바다에서 싸워 근처의 인가 66구와 임목사석(林木沙石)이 휩쓸렸다." 고려 태조 21년(938년)부터 조선 광무 10년(1906년)까지의 제주사를 기록한 김석익의 '탐라기년'과 박용후의 '원 대정군지'에 기록된 이른바 '양용상투(兩龍相鬪)' 내용이다.

지금처럼 과학, 특히 기상학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살던 사람들에게 회오리바람은 더욱 두려운 대상이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형제섬 앞바다에 생긴 엄청난 물기둥이 하늘로 치솟는 모습을 우리는 장관이라 하겠지만 그들은 용이 싸우면서 일으킨 거대한 폭풍으로 인식했다.

용 싸움 전설이 전해지는 형제섬을 품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에는 '용머리해안'이 있다. 이곳 사계리 사람들 사이에는 오래전부터 "형제섬 앞이 굴메지민 비 온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사계리에서는 어부와 해녀뿐만 아니라 바닷가 주민이라면 누구나 형제섬 앞에 그림자가 생기면 2~3일 안에 비가 온다는 말을 듣고 자랐으며,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용 싸움 전설에다 비날씨와 관련된 속담이 공존하는 사계리 용머리해안은 '대한민국 기후변화 1번지'로 손꼽힌다.

용머리해안은 연간 약 70만명이 찾는 제주 서부지역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조사 당시 1970년에 비해 해수면이 2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처럼 만조 때는 산책로가 아예 물에 잠겨버려 탐방객들의 안전을 위해 출입이 통제된다. 용머리해안 청원경찰 이승준씨는 "용머리해안의 간만조 시 해수면 높이는 사리(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밀물이 가장 높은) 때 약 3m까지 차이가 난다"며 "매달 15일 물때를 기준으로 6일 정도는 만조 영향을 받지 않고 탐방할 수 있지만 매년 탐방객 출입 통제 일수가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168일이 통제됐다"고 말했다.

국립해양조사원의 연구 결과 2009년까지 우리나라의 상대 해수면 변화는 연간 2.5㎜이지만 제주지역은 5.7㎜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의 해수면 상승은 21세기 후반기에 65㎝ 상승하고, 시간에 따라 더욱 가파르게 상승해 2100년에는 85㎝ 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조석, 태풍해일 등을 고려한 우리나라 침수지역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이 때문에 제주도는 2100년 전체 면적의 4.8% 정도가 침수 가능성이 있으며, 침수지역의 24.6% 정도는 농업지역이 될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면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말미암은 해수의 열팽창과 대륙 빙하의 융해 등 때문에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적도에 가장 가까워 해수면 상승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명훈 제주기상청 주무관은 "제주 동부의 표선이나 남원지역도 똑같이 해수면 상승 현상이 나타나지만 서부의 용머리해안은 탐방로 때문에 더욱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오름 현상이란]상상 이상의 파괴력
내부 풍속 초속 100m 이상…1989년 제주공항 등서 관측


용오름 현상은 지름이 크게는 수백m까지의 강력한 저기압성 소용돌이를 말하는 것으로 적란운의 바닥에서 지상까지 좁은 깔때기 모양을 이룬다. 구름 아래의 지표면으로부터 모래먼지와 지상 물체의 파편, 수면의 물방울 등을 말아 올리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형제섬 앞바다에 전해지는 전설과도 상통한다.

지표 물체의 파괴 상태를 보고 추정할 수 있는 용오름 속의 풍속은 최대 초속 100m 이상인 경우도 있고, 상승기류의 속도도 초속 40~90m 정도나 된다. 역대 태풍 기록을 모두 경신했던 지난 2003년 태풍 '매미'의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60m였던 것을 감안하면 용오름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다.

용오름의 이동속도는 대개 시속 40~70 ㎞ 정도이다. 미국에서는 육지에서 발생되는 용오름을 토네이도(tornado), 해상에서 발생되는 용오름을 워터 스파우트(water spout)로 구분하고 있다. 섬의 특성상 제주에서는 용오름 현상을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어렵지 않다. 지난 10일 고양시에서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 기상청이 지금까지 확인한 용오름은 1989년 제주공항, 1993년 김제평야, 1994년 지리산 부근, 1997년 전남 여천 앞바다와 서해 태안반도, 2001년·2003년·2005년 울릉도에서 발생했다.

용오름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직까지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극히 좁은 범위에서 발달하고, 몇 시간되지도 않아서 소멸하기 때문에 상세히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용오름은 상공의 일부에서 풍속이 매우 다른 여러 종류의 바람이 불어 그 근처에서 공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하고, 수평 방향으로 퍼져 강해지는 단계를 거친다. 이어 그 일부가 마치 코끼리의 코와 같은 모양을 하며 지면으로 구부리게 되는데 이것이 지상에 닿았을 때 용오름이 된다. 상공의 공기가 차고, 지면의 공기는 따뜻하면서 습할 때 주로 주의해야 하는데, 대기가 불안정할 때 한랭 전선이 생기면 용오름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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