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인의 실질적 영향력
설득· 타협의 과정 통해 발휘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자 돼야
'프레지던트'라는 직함은 회의를 주재한다는 '프리사이드(preside)'에서 나온 말이다. 이같은 직책이 전제로 하는 원탁회의에서는 군주의 시중을 드는 가신은 설 곳이 없다. 서로 권한과 책임을 나누고 대화로 힘을 모아가는 동지가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프레지던트'가 우리말로 번역된 순간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통(統)자와 령(領)자에 큰 대(大)자까지 붙는다.
'대통령의 권력'을 쓴 리처드 E. 뉴스타트의 관점을 따르자면, 한국에서 그러한 직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대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을 얻는 방법,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 권력을 잃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는 '대통령의 권력'은 정파를 넘나드는 대통령의 조언자이면서 학자로 활동해온 지은이의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헌법이나 성문법, 관례로 대통령에게 부여된 정식 권력과 명확히 구분되는 정부 활동에 대한 개인의 실질적 영향력으로서의 권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권력은 추상적이고 거대한 어떤 것이거나 특정 체계나 부류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 체계 속에서 온갖 변이된 모습으로 일상에 수시로 출몰하며 그 영향력을 실감하도록 만든다. 권력은 어떤 조직이든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현대 권력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다.
지은이가 대통령 개인의 실질적인 영향력 발휘에서 최우선적으로 제시하는 조건은 권위나 조직력과 같은 좀 더 권력과 어울릴 법한 것들이 아니다. 다름아닌 설득력이다. 방대하다 못해 산만하게까지 보이는 정부 조직을 꾸리는 일은 끝없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이다.
트루먼은 장군 출신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선 아이젠하워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자리에 앉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가엾은 아이크. 대통령 자리는 군사령관하고는 전혀 달라. 아이크는 곧 이 자리가 심한 좌절감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게 되겠지."
그 자신에 대해선 자조 섞인 이야길 덧붙인다. "나는 집무실에 앉아 사람들을 설득하는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는다. 대통령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하다."
뉴스타트는 힘과 권위를 가진 대통령이 원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이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성사된다고 말한다. 그의 정책이 상대방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상대방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같은 설득력을 갖기 위해 대통령은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전망 속에서 다양한 이해 관계의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4선(16~19대) 국회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병석 의원이 우리말로 옮겼다. 다빈치.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