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그곳을 탐하다](11)서부두

[골목, 그곳을 탐하다](11)서부두
짭쪼름한 바닷바람에 밀려오는 진한 그리움
  • 입력 : 2014. 07.17(목) 00:00
  • 김지은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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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두 횟집거리 전경. 현재 서부두에는 스무 곳에 가까운 횟집이 영업중이다.

산책로에서 1960년대부터 '횟집거리'로 거듭
탑동 공유수면 매립으로 옛 풍경 점차 사라져

제주시 서부두 한편에는 아련함이 흐른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어진 옛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다. 1990년대 탑동이 매립되기 전 모습을 기억한다면 그 향수가 더욱 깊어진다. 2014년 서부두는 잘 있을까.

#서부두의 어제

오늘날 서부두는 제주의 대표적인 횟집거리다. 방파제를 따라 18곳의 가게가 줄지어 영업 중이다. 1960년대 중후반부터 하나 둘 자리잡은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1980년대 후반부터 가게가 본격적으로 늘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40년 전 서부두에는 횟집 대신 '반짝 노점'이 섰다. 날이 따뜻해지는 봄과 여름에는 어김 없이 해산물을 파는 노점상들이 방파제 위로 좌판을 펼쳤다. 해녀들이 잡은 소라, 해삼, 전복 등을 그 자리에서 썰어서 파는 게 일이었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관광객과 도민들로 부두가 미어질 정도였다"고 주민들은 말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으니 출장을 나오는 사진사가 있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어디를 가나 횟집이 많을 때가 아니었습니다. 회를 먹으려면 서부두를 찾아야 했죠. 지금은 없어졌지만 '용궁미락'은 1960년대 초 거의 유일한 횟집이었어요. 육지에서 귀한 손님이 오면 접대할 때 찾는 곳이기도 했고요." 서부두에서 3대째 횟집을 이어오고 있는 한석광(57)씨의 말이다.

한석광 씨의 어머니인 곽상임(82)씨는 1960년대 초 서부두에서 좌판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다 한씨가 중학생이던 해에 서부두에 있던 조선소 창고 건물을 빌려 '소라식당(현 소라횟집)'을 냈다. 이후 현재의 자리로 옮겼고, 1996년 그 가게를 한씨와 그의 아내가 물려 받았다. 지금은 한씨의 아들이 식당일을 돕고 있다. 50여년 가까이 서부두 인근에서 살다보니 한씨에겐 이 일대의 옛 모습이 또렷하다.

서부두는 '횟집 거리'이기 전에 산책로로 사랑 받던 곳이었다. 1990년대 탑동(탑알)이 매립되기 전만 해도 썰물 때면 까만 먹돌이 드러나 장관을 이뤘다. 서부두 횟집 거리 맞은 편으로는 바다가 드넓게 펼쳐졌다. 지금은 매립돼 탑동광장으로 조성돼 있는 자리다.

1991년 12월 탑동 공유수면 매립이 마무리되면서 서부두의 풍경도 변했다. 횟집거리 인근에는 해변 공연장과 산책로, 청소년 쉼터 등이 들어섰다. 몇 년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한씨는 "(탑동 매립) 그 전이 더 좋았다"고 말한다.

"매립 전만 해도 식당 앞으로 바다가 펼쳐졌어요. 서부두 입구부터 현재의 라마다호텔까지 바닷물이 빠지면 몽돌 해안이 드넓게 펼쳐진 모습이 장관이었죠. 바릇잡이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멱을 감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저녁이 되면 바다 위로 지는 해를 보는 것도 좋았지요."

매해 서부두 방파제 일대에서 열리고 있는 전국바다낚시대회.

서부두 골목에서 한 어민이 손질한 오징어를 널어 말리고 있다.



#변화 물결 속 여전한 삶

수차례의 매립으로 인해 풍경은 변했지만 서부두의 삶은 여전하다. 짭쪼름한 바닷바람이 나고드는 자리에는 어민들의 삶이 녹아있다. 밤새 조업을 마친 어선들이 돌아오는 이른 아침이 되면 이곳 어판장은 활기를 띤다. 바다를 끼고 있는 부두이기에 전과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김경근(39)씨와 동갑내기 아내 김태은 씨는 올해 초 서부두 인근에 레스토랑 '올댓제주'를 차렸다. 10여명 정도만 앉을 수 있는 소박한 규모의 식당이다. '제주의 모든 것'이라는 가게 이름처럼 부부는 이곳에서 제주의 먹거리를 자신들만의 공식으로 새롭게 풀어내고 있다. 제주산 해산물을 신선하고 저렴하게 공급 받을 수 있다는 서부두의 장점이 그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셰프 김경근씨는 아침 7~8시면 서부두로 향한다. 경매가 끝나 물건이 풀릴 때쯤 구입한 신선한 식재료는 '고등어 파스타' 등 익숙치 않은 요리로 손님상에 오른다. 김 씨는 "주변에 횟집 거리, 흑돼지 거리가 있지만 그곳과는 다른 음식을 선보이고 싶었다"면서 "색다른 메뉴를 고민하다가 옥돔 국수, 생선 치즈 크로켓 등 메뉴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서부두 일대에서 3대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석광씨(사진 왼쪽)·올해 초 서부두에 레스토랑을 차린 김경근·김태은 부부.

서부두는 이 부부에게 새로운 것을 꿈꾸게 한다. 횟집이 몰려있는 거리에 레스토랑을 차린다는 것이 어찌보면 큰 모험일 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원도심 일대인 서부두도 예전보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자들이 혼자서라도 편히 쉬다갈 수 있는 공간이 더 많이 생겼으면 하죠. '올댓제주'가 그러한 역할을 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그게 저희의 목표이기도 하고요." 김태은 씨가 말했다.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변화해온 서부두. 그곳의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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