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뛰어넘자](3)기후변화 대응전략-기상시설

[기후변화 뛰어넘자](3)기후변화 대응전략-기상시설
대양의 길목, 대륙의 진입로… 기상 관측·연구 적지
  • 입력 : 2014. 09.22(월) 00:00
  • 표성준 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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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기상연구소 개소식 장면.

일제강점기 때 측후소 거쳐 제주기상청 자리
국가태풍센터·국립기상연구소 잇따라 입주

대륙에서 보면 태평양으로 향하는 길목에 자리하고, 대양에서 보면 대륙으로 진출하는 진입로에 놓인 제주도의 기후는 한반도와 달리 독특하다. 30년에 걸쳐 제주도를 연구한 문화인류학자 이즈미 세이치는 '해양성 기후로 기온은 대체로 온화하지만 대륙에 가까운지라 겨울철에는 계절풍의 영향이 심하며, 삼한사온 현상이 있으나 육지만큼 심하지 않고, 기온도 영하 5도 이하로 내려갈 때가 드물지만 바람이 심하므로 몸이 느끼는 추위는 꽤 심하다'고 제주의 기후를 설명했다. 일제가 식민지배 초기부터 제주도에 측후소를 건설해 기상을 관측한 것은 기상 연구와 관측에 적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제주도측후소

1923년 4월 28일자 동아일보 2면에 제주도측후소를 신설한다는 기사가 다음과 같이 실렸다. "초산군(楚山郡·평안북도 중북부에 위치한 군)측후소를 폐지하고 5월 1일부터 제주도에 측후소를 건설한다더라." 이때까지만 해도 제주도의 기상관측 임무는 체신국 소관의 제주도산지등대가 수행해왔다. 그러나 제주도측후소가 신설되자 산지등대의 기상관측 기능은 폐지됐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제주측후소는 조선총독부기상대 부속기관으로 조선총독부령 제70호에 따라 전남 제주군 제주읍에 신설됐다. 이어 1925년에는 전남에 관할이 이관됐지만 1939년에 조선총독부기상대 산하의 관립시설로 다시 재편됐다. 해방 이후에는 국립중앙관상대 제주측후소를 거쳐 1982년 1월 중앙기상대 광주지방기상대 제주측후소로 변경됐다. 그리고 1992년 3월 제주기상대로 변경된 뒤 1998년부터 제주지방기상청으로 확대 운영됐다.

제주지방기상청의 전신인 제주도측후소의 1920년대 모습. 오른쪽에 측후소 건물이 우뚝하게 솟았으며, 왼쪽은 제주측후소 직원이 거처하는 관사 건물이다(사진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

일제는 이 제주측후소를 제주성 성곽 위에 개설했다. 이 자리는 제주성 내에서도 경관이 좋기로 유명한 곳이어서 이 바로 서쪽에 공신정(拱辰亭)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원진 목사가 1652년(효종 3년)에 처음 지은 뒤 1831년(순조 31년) 이곳으로 이전된 이 정자는 제주의 유력가들이 여흥을 즐기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1897년 12월부터 1901년 7월까지 제주에 유배된 김윤식은 동병상련의 유배인은 물론 제주의 상류층과 함께 기망(旣望·음력 16일) 때면 공신정에 올라 유흥을 즐겼다고 기록해놓았을 만큼 이곳은 제주성 최고의 명승지였다.

최근에는 제주지방기상청이 정밀 기상자료를 관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현 제주기상청 서쪽에 위치한 이 공신정 터에 새로운 청사를 착공하겠다고 발표해 도내 학술문화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에 문화재청은 현지 조사를 통해 제주기상청 청사를 신축하려면 제주성벽 통과선과 공신정 터와의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결국 제주기상청은 공신정 터 청사 신축 계획을 철회하고 새로운 부지를 찾기로 해 제주성 복원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다.

# 제주지방기상청

제주도는 변화무쌍한 기후와 함께 한반도에 진입하는 태풍의 길목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에 오래전부터 기후변화 연구의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일제 때 제주도측후소로 출발한 제주지방기상청은 대전·부산·광주·강원기상청과 함께 현재 국내 5개뿐인 지방기상청이기도 하다.

제주기상청은 제주도와 인접해역의 지상·해상·고층·레이더기상관측 및 감시, 관할구역 내의 육상·해상의 단기예보·특보 및 중·장기예보의 발표, 지역산업 및 발전을 위한 기상정보 제공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제주기상청은 동네예보·해상예보·주간예보·기상특보 발표 등 다른 지방기상청의 통상적인 활동과 함께 제주 올레길 기상안내, 세계자연유산 기상지원 등 제주관광산업활성화를 위한 기상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는 서귀포기상대와 고산기상대, 성산기상대도 운영하고 있다. 이 3개의 기상대가 수행하는 주요 업무를 보면 제주도의 지역별 기상 특징도 파악할 수 있다.

서귀포기상대는 제주도 남부지역과 부근해역 위험기상을 감시하고, 지상기상관측 및 해양기상관측 업무를 수행하며, 국지예보를 발표한다. 서귀포는 우리나라는 물론 제주도의 다른 지역보다도 연평균기온이 높지만 비슷한 위도상의 다른 지역과는 낮고, 우리나라에서 최다우지역인데다 태평양을 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귀포기상대의 역할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고상기상대는 제주도 서부지역과 부근해역 위험기상 감시, 지상기상·고층기상·자외선·산성비·황사 관측, 기상레이더·파랑계 운용, 기후자료 작성 등의 업무를 진행한다. 성산포기상대는 제주도 동부지역과 부근해역 악기상 감시, 지상기상 관측, 기상레이더 운용, 기후자료 작성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국가태풍센터 내부

# 국가태풍센터

태풍은 자연재해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파괴적인 기상현상이자 강풍·호우·해일 등의 피해를 유발시키는 위험기상으로 손꼽힌다. 최악의 태풍으로 여겨지는 2002년 '루사'는 단 이틀 만에 국가 총 R&D 예산보다도 많은 당시 5조1479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재산피해를 입혔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아 슈퍼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이러한 태풍을 보다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08년 4월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문을 연 국가태풍센터는 연중 24시간 태풍감시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태풍센터는 북서태평양 전역을 365일 24시간 감시함으로써 태풍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태풍 발생 이후에는 실시간으로 태풍을 분석해 태풍 진로와 강도 등 예측 정보를 생산해 전달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관측 업무.

# 국립기상연구소

지난 3월 4일 서귀포시 제주혁신도시에 새 둥지를 튼 국립기상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기상·기후 분야 연구기관이다. 기상 분야에 대한 폭넓은 예측기술 개발 연구와 지진피해 저감에 관한 연구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국립기상연구소는 기상·지진분야의 기술을 향상시키고, 기상과 지진현상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시켜 국민 삶의 질을 높일 목적으로 1978년 설립됐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연구 분야는 대기 수치예보모델, 위성 및 레이더 기상 등 원격탐사, 기후시스템 및 모델, 해양·산업·환경·응용기상, 황사 및 지진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또한 국민의 다양한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상정책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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