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작은 타일'에 새긴 '큰 약속'

[백록담]'작은 타일'에 새긴 '큰 약속'
  • 입력 : 2015. 03.16(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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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이 다가온다. 제주섬의 4월은 4·3사건으로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기에 올해 4월은 '세월호'를 기억하면서 얼마나 더 가슴 먹먹해져야 할까. 꼭 한 달이 지나면 대한민국 최악의 사건으로 기억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다.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293명이 희생됐다. 그래서 그들을 잃어버린 가족들은 아직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이뿐인가. 아직까지도 꽃다운 아이들을 포함해 실종자 9명은 가족의 품에 안기지 못했다.

참사 1주기가 가까워 오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움직임이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촛불문화제' '북콘서트'처럼 그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행사들이다. 희생자들이 부푼 마음으로 와 닿으려 했던 제주섬에서도 이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행사가 펼쳐졌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도 팽목항 '기억의 벽'에 붙일 타일 제작행사가 열린 것이다. '기억의 벽'은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그림이나 문구가 그려진 타일을 모아 만든 조형물이다. 세월호 침몰 해상과 인접한 팽목항 내 방파제에 붙여져 있다. 14일 제주시 지역에서 행사가 열린 '문학의 집'. 문을 연 이후 어린이·청소년 손님이 가장 많은 날이었다. 강의실이 가득 찼고 밖에서 기다렸다가 행사에 참여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천개의 그림타일로 만드는-세월호 기억의 벽'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찾았다고 했다. 그들의 기억속에 '4월16일'은 또렷하기만 했다. 비록 눈물 흘리면서 '진상규명에 여한이 없게 하겠다'던 대통령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함께 왔다. 손바닥만한 타일이었지만 그 속에 담은 추모의 마음과 다짐은 더없이 커 보였다. '노란 리본'을 그려넣은 아이들은 그 의미를 다시한번 엄마와 이야기 나눴다. 두 아이를 데리고 온 한 아빠는 '미안함'을 새겨 넣었다. 조금씩 잊혀지고 일상으로 돌아와버린 자신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사건이 일어난지 1년이 되어가지만 '세월호의 진실'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 속상한 마음을 새긴 20대도 있었다. 20대 대학생은 "너무나 많은 문제가 도출됐고 표면화되면서 사회가 투명해지고 달라질 거라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사회는 변화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제주를 포함한 각 지역에서 만들어진 그림타일은 세월호 참사 1주기인 다음달 16일 진도 팽목항 방파제에 모두 부착될 예정이다. 총 2000여장에 200m 길이 정도다. 그들의 '미암함' '안타까움' '속상함' '간절함'이 하늘에 가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기억의 벽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 작가는 '어떻게든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을 위로하고 싶고, 온 국민들이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캠페인은 앞으로도 강진, 해남, 순천, 목포, 진도를 거쳐 22일 세월호 희생자 유족이 참여하는 안산지역 캠페인으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너무 일찍 잊혀지는 것 같아 아쉬웠던 이들은 이날 작은 타일을 그리면서 또 한 번 느꼈을 것이다. 아직도 잊지 않고 있는 이들이 많고 그들이 함께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한걸음씩 용기낼 것이라는 걸. <이현숙 교육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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