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路 떠나다]삼양 역사올레길

[길路 떠나다]삼양 역사올레길
해안경관·산림·역사까지 아우르는 '선물세트'
  • 입력 : 2015. 06.05(금) 00:00
  • 최태경 기자 tkchoi@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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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이 아름다운 삼양 검은모래해변 전경. 최태경 기자

선사유적지~원당봉~해안도로~…대한민국 ‘해안누리길’로 선정돼
검은모래해변과 환해장성 등 볼거리 환상적… 교육효과도

제주시 삼양동 선사유적지를 시작으로 원당봉 문강사, 불탑사, 삼양 해안도로, 검은모래해변, 벌랑길, 화북동과 삼양동의 경계선에 있는 환해장성까지. '삼양 역사 올레길'은 제주도의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재조명하고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도심지와 산림지역, 그리고 현무암 고유의 색감을 느낄 수 있는 검은모래 해수욕장까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경관을 지니고 있다.

과거 고려시대 몽골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환해장성의 일부 구간이 포함돼 있기도 한 이 길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대한민국 해안누리길'.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재단이 선정한 걷기 좋은 해안길이다. 인위적인 보행길 조성이 아닌 자연 그대로이거나 이미 개발된 바닷길 중 주변 경관이 수려하고 우리의 해양문화와 역사, 해양산업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엄선한 곳이다.

코스는 앞으로 가든, 뒤로 가든 상관없다. 화북과 삼양의 경계인 벌랑길에서 출발했다.

멀리 보이는 환해장성을 왼편으로 끼고 바다를 보며 돌담길을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얼마 가지 않아 다다른 삼양포구. 삼양동 자연마을에 대한 소개를 읽어보니 주변 식당과 가게 등에 걸려있던 이름이 왜 그렇게 지어졌는지 이해가 갔다.

삼양선사유적지

제주시 삼양동은 삼양 1,2,3동과 도련 1,2동 5개의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다. 마을 지형이 호미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서흘포 또는 설개라 불렸던 삼양1동과 단물이 많이 흘러나와 감물개(가물개, 감흘개)라 불렸던 삼양2동, 바다에 접해 파도소리가 서로의 파도를 가르는 듯 해서 칠벌, 물결량을 이어 벌랑(속칭 버렁)이라 불렸던 삼양3동은 일주도로 북쪽에 위치해 바다를 모두 접하고 있다.

삼양해수욕장은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어서 상대적으로 소박하며'라고 인터넷에 소개돼 있지만, 이 곳도 이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특히 반짝이는 검은 모래가 특색이다. 이 모래는 신경통과 비만에 좋다고 알려지고 있는데, 매년 여름마다 뜨거운 모래를 덮고 찜질하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도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발을 담그러온 여학생들이 추억만들기에 여념이 없고, 한 켠에서는 "이 때다" 하며 바람을 가르는 윈드서핑 삼매경에 빠져 있다.

삼양해수욕장에서부터 화력발전소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에는 이전과 달리 카페와 게스트 하우스가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는 중이다. 중간에는 마을 빨래터 역할을 했던 용천수가 흐르는 삼양큰물이 있는데, 아직도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고, 지역주민들은 빨래를 하기도 한다.

불탑사 오층석탑

원당봉 산책로를 따라 오르다 보면 고즈넉한 절이 나오는데, 오층석탑으로 유명한 불탑사다.

불탑사 오층석탑 탑신부 각층 비례와 각부의 양식은 고려시대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이 석탑은 고려 충렬왕 26년(1300년)에 원 나라의 황실에 공녀로 끌려가 황후가 된 기씨에 의해 세워진 것이다. 당시 원나라 순제에게는 태자가 없어 고민이었다. 그때 북두칠성의 명맥이 비친 삼첩칠봉에 탑을 세워 불공을 드려야 한다는 한 승려의 비방을 받아 천하를 두루 살피다 마침내 탐라국 영주 동북 해변에 위치한 이 곳에서 삼첩칠봉을 찾게 됐다. 원나라는 사자를 보내 이 자리에 오층탑을 건립하고 불공을 드리고 태자를 얻었다고 한다. 그 후 이곳은 아들을 원하는 여인들의 성지처럼 됐다고 한다.

원당봉 산책로.

마지막으로 발길이 닿은 삼양동 선사 유적지. 기원전·후 1세기를 중심으로 한 시기의 집자리 약 230여기가 확인된 대단위 마을 유적이다. 이 마을 안에서는 크고 작은 집자리, 창고, 저장공, 야외토기요지, 불땐자리, 마을공간을 구획한 돌담과 배수로, 폐기장, 조개무지, 고인돌 등이 확인됐다. 이 유적지에서 출토된 옥제품 등으로 보아 당시 삼양동 선사인들은 '삼국지' 등의 기록처럼 중국·왜 등과의 교역을 통해 축적된 부를 토대로 탐라국의 기틀을 다진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총 거리가 10km, 성인 걸음으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주하려고 하지 않아도 좋다. 해안도로를 걸으며 바다내음을 맡아도 좋고 운동삼아 원당봉을 올라 산책로를 오르락 내리락 해도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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